지역 현안에 그칠까, PK 정치의제로 번질까…취임 100일 전재수 시장 최대 정치변수 가능성

생곡소각장이 부산 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시작은 소각장이다. 그러나 지금 생곡에서 벌어지는 일은 더 이상 소각장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21일 부산 강서구 강동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부산시는 생곡마을 광역소각시설 확충사업의 추진 경위와 필요성을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주민 대부분은 설명회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주민들은 밖에서 항의했고, 전재수 부산시장이 직접 와야 한다며 설명회 자체를 거부했다. 결국 설명회는 약 1시간 만에 끝났다.
행정이 설명하려 했지만 주민들은 듣지 않았다.
‘소각장을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왜 또 강서인가’라는 질문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생곡은 오랫동안 부산의 폐기물 처리시설이 집중된 곳이다. 그런데 에코델타시티라는 거대한 신도시가 들어섰고, 기존의 지역 공간 구조도 크게 달라졌다.
소각장 예정지에서 약 2.5㎞ 떨어진 에코델타시티 주민들까지 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선 이유다. 이들은 과거에 결정된 입지를 지금의 도시 여건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질문을 정치의 언어로 바꾼 사람이 김도읍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부산시의회에서 생곡소각장 건립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가덕도신공항 지원시설용지와 장항·율리마을 등을 대체부지로 제시하며 부산 16개 구·군이 폐기물 처리 부담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강서가 부산 전체의 쓰레기 처리장이 될 수 없다.”
김 의원이 던진 메시지는 단순한 소각장 반대가 아니다. 지역 편중의 문제로 프레임을 바꾼 것이다.
부산시의 반격도 거칠다.
시는 생곡 사업이 2017년부터 진행돼 왔고 공식적인 백지화 결정은 없었다고 반박한다. 김 의원이 제시한 대체부지도 검토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특히 가덕도신공항 관련 시설의 안전기준과 행정절차 등을 고려하면 사업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전재수 시장 역시 사업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고, 2030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앞둔 상황에서 새로운 부지를 다시 찾는 것은 부산의 폐기물 처리 대책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논리는 팽팽하다.
부산시는 행정의 연속성을 말하고, 김도읍은 주민 수용성을 말한다.
부산시는 부산 전체의 폐기물 처리 문제를 말하고, 김도읍은 왜 강서가 그 부담을 계속 져야 하느냐고 묻는다.
문제는이 둘이 충돌하는 순간, 생곡이 정치적 의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부산 정치권이 주목하는 이름이 하나 더 있다. 한동훈이다.
한 의원은 지난 17일 부산시의회를 찾아 강무길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상임위원장단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2028년 총선을 거론하며 “PK에서 동남풍이 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정치적 공간을 넓히겠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놓은 셈이다.
바로 그 시점에 김도읍 의원은 부산시와 생곡소각장을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이게 이번 사안을 단순한 지역 현안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김도읍이 만든 생곡이라는 정치적 의제에 한동훈의 정치적 확장력이 얹히는 순간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지금 한동훈 의원이 생곡 문제에 공식적으로 개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적 공간은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김도읍 의원은 주민 반발을 ‘강서가 부산 전체의 쓰레기 처리장이 돼서는 안 된다’는 문제로 끌어올렸다.
만약 한동훈이 이 문제를 받아들여 ‘부산 전체의 폐기물 처리와 지역 간 부담의 문제’로 확장한다면 그 순간 부산시는 김도읍 의원 한 명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다.
강서 주민의 반발, 서부산의 지역 문제, 부산시의 폐기물 정책, 그리고 PK 정치권의 압박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김도읍의 아젠다에 한동훈의 폭발력이 얹히는 순간 부산시가 감당해야 할 정치적 무게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생곡 문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단순한 당 대 당 대결로도 정리되지 않는다.
지역 주민의 반발이 있고, 강서 지역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있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광역 폐기물 정책과 지역의 생활권 문제가 부딪힌다.
결국 전재수 시장에게 남는 것은 선택의 문제다.
사업을 밀어붙이면 주민 수용성의 벽을 넘어야 한다.
사업을 멈추면 이미 진행된 행정절차와 비용, 그리고 2030년 직매립 금지에 따른 부산 전체의 폐기물 처리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
어느 쪽이든 부담이다.
그런데 여기에 정치가 올라탄다.
‘왜 또 강서인가’라는 질문이 서부산의 질문이 되고, 김도읍의 질문이 부산 전체의 질문이 되는 순간이다.
취임 100일을 앞둔 전재수 시정으로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부산 전체가 필요로 하는 시설의 부담을 특정 지역에 맡길 것인지, 그렇다면 그 지역에 어떤 책임과 보상을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누가 정치적 답을 내놓느냐의 문제다.
지금까지 김도읍 의원은 답을 내놓았다. “대체부지를 찾아야 한다.”
부산시는 답했다.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이제 남은 정치적 질문은 하나다. 한동훈은 이 논쟁에 어디까지 들어올 것인가.
그가 김도읍의 생곡을 지역구 현안으로 볼지, 부산 전체의 폐기물 정책 문제로 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김도읍이 아젠다를 만들고, 한동훈이 그것을 PK 정치의제로 확장하는 순간 생곡은 더 이상 강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때부터 전재수 시장이 상대해야 할 것은주민의 반발과 지역의 요구, 부산 전체의 행정 논리, 그리고 정치권의 압박이 한꺼번에 겹치는 ‘생곡의 정치’다.
취임 100일을 맞는 전재수 시정의 가장 무거운 시험대가 생곡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도읍의 생곡에 한동훈이 올라타는 순간, 전재수 시정은 과연 감당할 수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