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종료로 공식 유통시장 소멸…현금화 경로는 공매·청산
카사는 선매각, 펀블은 폐업 후 공매…조각투자 퇴장방식 시험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펀블이 문을 닫으면서 플랫폼을 통해 조각투자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기존 조각투자 플랫폼을 통한 매도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부동산 공매 청산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청산 시점도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을뿐더러 공매 입찰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원금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19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펀블을 통해 공모된 해운대 엘시티는 전일 진행된 6회차 공매에서도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엘시티는 25일 최저입찰가 15억5450만원으로 7회차 공매에 부쳐진다. 펀블을 통해 공모된 현대테라타워DMC 역시 4회차 공매에서 응찰자를 찾지 못해 유찰됐다. 24일 최저입찰가 4억4712만원으로 5회차 공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두 매물은 펀블의 서비스 종료 당시 남아 있던 마지막 공모 자산이다. 펀블이 앞서 공모한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과 더 코노셔 여의도는 매각됐지만, 엘시티와 현대테라타워DMC는 신탁재산으로 남아 공매 절차를 밟고 있다.
펀블은 2022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한 1세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이다. 특정 부동산을 신탁사에 맡긴 뒤 해당 자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과 매각차익을 받을 권리를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으로 발행해 판매했다. 그러나 4월 수익증권 거래를 중단한 데 이어 5월에는 앱 서비스를 종료했다. 지난달 3일에는 서울회생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다. 반복된 유찰로 두 자산의 공매가는 빠르게 내려갔다. 총공모액이 28억5000만원인 엘시티의 최저입찰가는 최초 29억2500만원에서 6회차 17억2720만원으로 11억9780만원(41.0%) 하락했다. 총공모액 4억8000만원인 현대테라타워DMC도 최초 6억8155만원에서 4회차 4억9687만원으로 1억8468만원(27.1%) 낮아졌다.
공매 최저입찰가가 투자자의 최종 회수액을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정산액은 낙찰대금에 앱 종료 후 월 배당 없이 신탁계좌에 적립된 임대수입과 잔존현금을 더하고 세금과 공매·신탁 사무 비용 등을 빼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사업자가 문을 닫았더라도 투자자의 증권상 권리와 기초자산은 곧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두 부동산은 각각 우리자산신탁과 코리아신탁에 맡겨진 신탁재산으로, 투자자가 취득한 수익증권 역시 SK증권 고객계좌부에 전자등록돼 펀블의 고유재산과 분리됐다.
펀블 사정에 정통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탁 자산은 공매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며 “청산배당 과정에서 투자 지분에 맞게 결산해 배당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청산정산은 신탁재산 처분대금을 투자자에게 나누는 절차로, 펀블 법인의 파산배당과는 별개다. 다만 재산권이 남는다고 투자원금이나 원하는 시점의 현금화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펀블의 거래 플랫폼이 종료되면서 투자자가 보유 수익증권을 다른 투자자에게 매도할 공식 유통창구도 사라졌다. 투자자들은 남은 부동산의 공매와 신탁사의 최종 정산을 기다려야 한다.
모든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이 이 같은 순서로 사업을 정리한 것은 아니다. 10일 서비스를 종료한 대신파이낸셜그룹 계열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는 플랫폼을 닫기 전에 국내에서 공모한 자산 10개를 모두 매각했다. 마지막 자산인 상암235빌딩은 공모액 9억7000만원보다 1000만원 높은 9억8000만원에 처분됐다. 카사는 자산을 모두 매각한 뒤 서비스를 닫았지만 펀블은 앱 종료와 운영법인 파산 이후에도 신탁사가 공매와 정산을 이어가는 중이다. 펀블 사태는 조각투자에서 ‘자산의 존속’과 ‘시장의 존속’이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부동산과 수익증권은 남았지만 이를 거래할 시장은 사라졌고, 투자자의 자금 회수 경로도 공매 이후 청산배당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좁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