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었는데 출구는 줘야지"…'뒤통수' 논란 상생임대 보완될까 [흔들리는 룰, 출렁이는 시장③]

세제개편에 '요건 충족' 상생임대인 날벼락
'임대료 5%↑' 2027년까지 처분해야 특례
"도입할 땐 장려하더니…바꿀 때 출구는 열어줘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재정경제부)

“상생임대 특례를 계속 연장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정책을 새로 바꿔야 한다면 그 전까지 정부 정책을 믿고 특례 요건을 채우고 새 임대차계약을 맺은 사람에게 출구는 열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안이 확정되면 상생임대 특례를 적용받지 못해 상당한 양도소득세를 추가 부담할 처지에 놓인 박진수(가명)씨가 9일 본지에 이같이 말했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개편 직전 계약을 맺은 임대인들이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6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올해 말 상생임대주택 특례 적용기한이 종료된다. 해당 기간까지 상생임대차계약이 끝난 주택을 1년 내(2027년 말) 양도해야 기존 혜택인 1세대 1주택 비과세·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거주요건 2년이 면제된다. 상생임대인제도는 2017년 문재인 정부 때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1주택자가 임대계약 시 종전 대비 임대료 인상 폭을 5% 이내로 제한하면 1주택 비과세와 1주택 장특공 2년 거주요건을 면제받는 조건이다.

박씨는 해외에 거주할 때 분양받은 서울 주택을 임대했다고 한다. 2022~2024년 임대료 인상률을 5% 내로 묶는 상생임대 요건도 이행했다. 요건 충족 후 임대료를 5% 이상 올려 받았고, 올해 6월 기존 임차인과 재계약도 체결했다. 계약 만료는 2028년인데 이번 개편에 따라 박씨는 사실상 내년까지 해당 주택을 양도해야 종전 특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해당 주택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있다. 정부는 올해 5월 12일 기준 토허구역 내 임차인 있는 주택을 무주택자가 매수 시 최대 2028년 5월 11일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 특례를 시행 중이다. 6월 계약을 맺은 박씨의 경우 제3자 매각도 난처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재경부는 추가적인 실거주 의무 유예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경부는 최대 2029년 말까지 상생임대 특례 유예기간을 뒀지만 이는 임대료 인상률 '5% 제한' 계약을 계속 체결했을 때만 적용된다. 새 양도기한이 경과하더라도 양도 전에만 본인이 해당 주택에 2년 거주하면 기존 특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현 제도에는 없던 내용이라 '뒤통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제도는 전체 임대계약 중 1회만 5% 룰을 지켜도 기존 세 혜택을 줬다.

현행 상생임대 특례 조건 충족 후 임차료를 5% 이상 올리고 계약갱신청구권 가능성을 포함해 2028년 이후까지 계약이 기정사실화한 토허구역 1주택 임대인이라면 대개 박씨와 유사한 상황에 놓인다.

정부는 기존 상생임대 특례가 한 번도 거주하지 않은 주택에도 별도기한 없이 적용돼 사실상 '갭투자 특례'로 작용했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세제실 관계자는 "임대료 인상률을 5%로 한번 유지한 뒤 자유롭게 임대료를 정한 사람에게까지 폭넓게 세 혜택을 계속 해주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문제 제기는 주로 갭투자한 사람에게서 나오는데, 억울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매도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고 나중에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옵션도 열어놨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차인 보증금 반환 자금 부족, 해외근무 등 여러 사정으로 당장 실거주가 어려운 경우를 차치하고라도 예상치 못한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전환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임대인이 안게 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본지 통화에서 "지금까지의 제도는 '5%'를 계속 지키라는 것이 아니라 한번 상생계약을 유지한 임대인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이었다"며 "그 혜택을 계속 달라는 게 아니라, 정부를 믿고 요건을 채웠는데 이번 발표 전 맺은 계약보다 이른 시점까지 집을 팔아야 특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출구를 닫아놓은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직접 계산해봤더니 특례를 받지 못하면 세금을 3억~4억원 더 내야 한다. 지금의 2배 수준"이라며 "도입할 땐 정부에서 장려한 정책이었다. 정부 정책이 바뀔 때 최소한의 대응 방법은 줘야 정책 신뢰도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발은 입법예고에서도 나타났다.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입법예고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에는 9일 오후 1시 기준 2325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바꾸는 소득세법 개정안에도 1500건이 넘는 의견이 올라왔다.

취학·전근·부모 봉양 외에 육아 등 가족 돌봄도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부부 공동명의 공제와 납부유예 소득요건 등도 검토 대상이다.

정부는 제도 보완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이미 검토를 마친 사안인 만큼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세제실 관계자는 "합리적인 의견이라면 수용할 수 있다"면서도 "상생임대 특례는 이번 세제 설계 과정에서 이미 '과도한 혜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나중에 국회에서 수정될 수는 있겠지만 정부안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