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초고가 주택 수억 호가 낮추고⋯세입자는 퇴거 위기 [흔들리는 룰, 출렁이는 시장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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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신현대아파트 6억 낮춰
서초 등 서울 매물건수도 증가세
주택 처분에 세입자 갈 곳 잃어
정부 실거주 유예 등 검토 나서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있다. (이투데이DB)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초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호가를 수억원씩 낮춘 매물이 등장하고, 은행 프라이빗뱅커(PB) 센터에는 보유·매각·증여 시점을 묻는 자산가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실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지면서 보유 주택에 직접 들어가려는 집주인 움직임까지 감지되자 전·월세 세입자들의 불안도 커지는 모습이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서울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 시장에서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수억원씩 낮추며 매도 타이밍을 저울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82㎡의 경우 올해 5월까지만 해도 111억원에 호가를 형성했으나, 세제 개편 발표 이후인 6일 105억원으로 6억원 낮춰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인근 압구정동 현대8차 전용면적 107㎡ 역시 최근 58억5000만원에서 56억5000만원으로 2억원 낮추며 급매물로 나선 상태다.

급매가 늘면서 최근 들어 감소하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부동산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3일 6만409건에서 이날 6만2516건으로 2107건(3.4%) 증가했다. 특히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매물 증가 속도가 빠르다. 같은 기간 서초구가 7630건에서 8098건으로 6.1% 증가했고 강남구가 9453건에서 9934건으로 5.1%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송파도 5099건에서 5215건으로 소폭(2.3%) 증가했다.

정부 세제 개편안은 비거주 초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을 높이고 실거주 여부를 과세에 적극 반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실거주 기간 중심으로 개편하고, 공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장기간 주택을 보유한 고가주택 소유자들의 자산관리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내년도 보유세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이전까지 매도 여부를 고민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일선 시중은행 PB 센터에는 세금 폭탄을 우려하는 자산가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은 "고객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것은 단순히 세금이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아니라 지금 매도해야 할지, 최종 세제안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여부"라며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 재개와 개편 논의가 겹치면서 보유·매각·증여 중 어떤 방식이 유리한지 검토하려는 수요가 크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PB는 "1주택 장기보유 고객 중에는 주택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한 것도 아닌데 은퇴 후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는 데 대한 답답함과 체감 불만이 크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세제 개편의 불똥이 자산가를 넘어 전·월세 세입자에게까지 튀고 있다는 점이다. 실거주 여부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크게 달라지면서 세를 놓던 비거주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직접 입주하거나 주택을 처분할지를 고민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중개사를 통해 '물건을 내놨다'고 알리며 세입자에 퇴거 가능성을 미리 귀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세제 개편을 둘러싼 시장 혼란이 이어지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보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최종적으로 8월 말쯤 개편안이 정리될 가능성이 있어, 그 전에 당정 입장을 조율해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의무 유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보완책이 나오더라도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월세 시장은 사실상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20억원대 아파트에 7억~10억원대 보증금으로 거주하는 중산층 세입자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들어오게 되면 세입자들은 갈 곳을 잃고 매매나 임차 시장으로 내몰리게 되는데, 현재 시장에는 받아줄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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