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에 떠넘겨 ‘중구난방'⋯“지역ㆍ개인 맞춤형 정책 필요” [무임승차의 역설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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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ㆍ인천ㆍ경기 교통비 합의 필요
요금할인ㆍ취약층 연금인상 병해
정부, 추가 지원정책엔 부정적
“대중 교통 확충ㆍ이동권 개선을”

광역·도시철도(이하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적다. 각자가 생각하는 방법만 다를 뿐이다. 서울시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과 연계한 버스 이용 지원을 추진하고 있고, 지하철 노선이 없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조례로 버스 이용을 지원한다.

다만 일관된 방향성이 없다. 지하철 무임승차의 근거는 ‘노인복지법’ 제26조(경로우대)다. 해당 조는 시행령에 정해진 시설에 대해 국가나 지자체가 요금을 할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강제규정이 아닌 재량규정이다.

일반적으로 지자체는 조례를 통해 복지사업을 신설·추진하는데, 법령에 따른 사업은 법령의 명시적 위임 없이 조례로 혜택을 축소할 수 없다. 지하철 무임승차는 재량규정인 탓에 반복적으로 논란을 생산한다. 2023년 대구시가 무임승차 적용연령 상향을 시도했고, 현재는 서울시가 적용연령 상향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하철이 없는 일부 지역들은 지하철 무임승차의 대체 지원으로 버스 이용을 지원하고 있다. 지하철은커녕 버스도 충분히 다니지 않는 교통 취약지도 다수다. 이런 곳에선 요금과 관련한 모든 지원이 무의미하다.

전반적으로 정책이 공통의 목적에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 정리되기보다는 중구난방으로 난립한다. 법령에 따른 무임승차의 명시적 목적은 경로우대인데, 지역에 따라 경로우대 대상과 수준이 달라진다.

이런 문제는 지하철 무임승차가 도입된 1984년에서 출발한다. 당시에는 지하철이 서울에만 존재했다. 또 지방자치 시행 전이라 서울시장을 포함한 지자체장들은 관선이었다. 정책이 적용되는 지역적 범위가 좁았고, 정부와 지자체 간 사업을 놓고 혼선이 발생할 일도 없었다. 이후 지방자치가 시행됐다. 또 전국적으로 수도권 쏠림, 지방에선 대도시 쏠림이 심화했다.

해외에서 노인 대중교통 지원은 보편적 이동권 내지는 노인복지 측면에서 다뤄진다. 연방제가 아닌 이상은 중앙정부가 형평성과 재정여건을 고려해 기준을 정한다. 연방제인 경우에도 지역별로 이용시간, 할인율 등 구체적인 내용은 차이가 있으나 핵심 사업구조는 유사하다.

한국의 무임승차 제도는 다소 기형적이다. 법령에선 모든 노인에게 보편적으로 혜택이 적용되는데, 실제 수혜대상은 지역에 따라 갈린다. 비수혜지에선 조례로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 우리도 법령 개정을 통해 버스 등 모든 지역에서 공통으로 제공 가능한 교통수단을 무임승차 대상으로 정하고, 지하철 등 다른 교통수단에 대한 무임승차 여부를 지자체 재량에 맡기면 혜택의 사각지대를 줄이면서 각 지역 여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대구시 논란 때 지하철 무임승차를 지자체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그렇게 결정했고, 지금도 같다”고 말했다.

지역마다 대중교통 기반과 인구구조가 다르단 점에서 지자체별로 교통 지원사업을 달리 운영할 필요성은 인정된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지하철을 포함한 대중교통은 공공재적 특성을 지니는데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과 이용시간, 이용자 수, 혼잡도는 지역마다 다르다”며 “지자체 특성을 반영해 사업을 재구조화하고, 그다음에 합리적인 연령기준을 마련하는 게 맞는 순서일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자체에 모든 걸 맡겨선 문제 개선이 어렵단 점이다. 교통망이 얽힌 수도권은 정당이 다른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 간 합의가 필요하다. 비수도권은 노인 인구 비율이 높아 정치적으로 무임승차 문제를 건드리기 어렵다. 결국은 국회와 중앙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미 기초연금에 교통 지원 목적이 포함돼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하철 요금을 감당하도록 하는 건 기초연금으로 그 비용이 지불됐다고 보는 게 맞다”며 “다만, 사회참여와 경제활동 등 측면에서 노인의 이동권이 보장돼야 하니 완전 폐지보다는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나 무임승차 연령을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방향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임승차를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중간 단계로 모든 대중교통 이용요금 할인, 취약계층에 대한 기초연금 인상 등 다양한 방식을 병행할 수 있다.

형평성 차원에서 지하철 무임승차를 그대로 두고 교통 취약지를 대상으로 별도 지원정책을 추가하는 데 대해선 정부가 부정적이다.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기초연금에 이미 교통비가 포함돼 있고, 그런데도 지하철 무임승차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형평성 문제는 인지하고 있지만, 지금 상태에서 또 지원을 추가하는 건 다른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최근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 논의는 대체로 무임승차 연령 상향의 경제적 효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의 목적을 노인 이동권 보장으로 볼지, 노인복지사업 중 하나로 볼지 등은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무임승차를 이동권 보장이나 노인복지로 본다면 단순히 무임승차 대상 교통수단을 무엇으로 할지보다 다차원적 고민이 필요하다. 무임승차 혜택 제공에 앞서 지방의 절대적인 대중교통 부족을 해소해야 하고, 대중교통 확충이 어렵다면 대체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2024년 한국교통연구원 학술지 교통연구에 게재된 ‘복지정책의 효율성 향상을 위한 이질적 정책효과분석 연구: 서울시 내 고령자 지하철 무임승차 정책을 중심으로(이현수·이용익·이동우)’ 논문에 따르면 노인의 무임승차 혜택에는 대중교통 기반뿐 아니라 삶 만족도, 보행환경 만족도, 문화예술 기반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지하철 등 교통수단의 유무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나가서 갈 곳이 있느냐’도 중요하단 의미다.

연구진은 “지역적 특징과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책효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삶 마족도 개선,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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