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올해 상반기 거둬들인 당기순이익이 사상 처음 10조원을 돌파했다. 고환율과 금리 상승, 글로벌 증시 영향으로 수익성이 예년보다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의 순익은 곧 국가 세수 확대와도 연결되는 만큼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울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월간 대차대조표에 따르면 6월 말까지 한은의 누계 당기순이익은 10조45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5조8000억원대였던 전월보다 5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인 2025년 6월(4조5850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의 경우 10월 말에야 가능했던 순익 규모를 올해는 6개월 만에 달성한 것이다.
한은 순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다. 특히 올해 2월 3조원대(3조2000억원) 수익을 기록한 데 이어 3월 말에는 4조원(4조2072억원), 4월에는 5조원(5조611억원)을 웃돌았다. 이미 지난달까지의 순익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2위인 2024년 연간 순익(7조8000억원)을 가뿐하게 제쳤다. 한은의 역대 최대 순익은 지난해 기록한 15조3200억원(연 기준)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한은 순익은 또다시 역대급 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이 같은 순익 증가 배경을 고환율과 증시, 금리 등의 영향으로 본다. 한은 순익은 대규모 외화자산과 유가증권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과 매매손익, 외환 손익 등에 따라 좌우된다. 환율은 원·달러환율이 뛸수록 원화로 환산한 해외 주식 및 채권 수익률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6월 평균 원·달러환율은 1527.3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1490원대) 대비 30원 이상 높은 수준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다.
글로벌 증시와 금리 상승세도 순익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연초 4200선이었던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6월들어 사상 첫 9000을 돌파했다. 미국 나스닥종합지수 수익률 역시 연초 대비 10% 이상 뛰었다. 최정윤 한은 예산회계팀 차장은 "최근 주가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와 있어 이러한 부분이 실적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 "한은이 보유한 채권의 평균 이자율이 올라가면 수익이 증가하는데 과거 대비 금리가 상승한 점이 순익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6월 중 한은의 자산 규모도 확대됐다. 올해 1분기까지 600조원(3월 기준 596조원)을 밑돌던 한은의 자산총계는 6월 말 기준 668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자산 항목 가운데 유가증권 규모가 451조원대로 전월 대비 23조원 이상 증가했다. 환매조건부매입증권(RP) 잔액도 41조원대로 한 달 전(35조원)보다 6조원 이상 늘었고 예치금 역시 36조원대에서 53조원대로 확대됐다. 6월 중 정부대출금은 15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한은은 연말까지의 누적 순익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예측이 쉽지 않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최 차장은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이례적인 수치였던 만큼 올해 이를 더 뛰어넘을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며 "하반기 환율 변동 이슈 뿐 아니라 시장안정화조치 등에 따라서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