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조달 역량 회복까지는 시간 더 필요"

롯데건설이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축한 그룹 계열사 참여 자금조달 방식을 3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회사는 계열사 신용공여 규모가 크게 줄며 대외 신인도가 개선됐다고 설명하지만, 시장에서는 자체 신용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체제로의 전환은 아직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롯데건설의 올해 1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프로젝트샬롯(Project Charlotte)을 통한 회사채·차입금 조달 과정에서 롯데정밀화학과 호텔롯데,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등 그룹 계열사의 신용공여를 활용하고 있다. 계열사가 신용을 보강하고 롯데건설은 사업장 후순위 수익권과 공사매출채권, 보유 부동산 등을 담보로 제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공시상 담보금액은 롯데정밀화학 2000억원, 롯데물산 2000억원, 호텔롯데 1500억원, 롯데캐피탈 1500억원이다.
롯데건설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그룹 계열사의 긴급 유동성 지원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후 프로젝트샬롯을 통해 계열사 신용보강을 활용한 자금조달 체계를 구축했고 3년이 지난 현재도 일부 차입은 이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재무지표는 개선되는 흐름이다. 레고랜드 사태 직후 약 6조8000억원까지 불어났던 PF 우발채무는 리스크 관리와 사업 정상화로 2023년 약 5조4000억원, 2024년 약 3조7000억원, 2025년에는 약 3조2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회사는 선별 수주와 사업 정상화를 통해 PF 우발채무와 재무 부담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PF 우발채무를 2조2000억원대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계열사 참여 자금조달이 장기화되는 점에 주목한다. 통상 건설사의 신용도가 회복되면 회사채나 기업어음(CP), 금융권 차입 등 자체 신용을 통한 조달 비중이 확대된다. 반면 계열사 신용공여가 이어질 경우 시장에서는 독자적인 자금조달 역량이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상무는 "롯데건설은 손익계산서상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우발채무 등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는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어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하는 회사"라며 "현재도 계열사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 신용공여가 3년째 이어지는 것은 짧은 기간으로 보기 어렵다"며 "당분간은 계열사 지원이 이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PF 총액은 감소했지만 미착공 사업장 비중이 여전히 높아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재무지표 개선과 조달 구조 정상화는 별개의 문제인 만큼 실제 현금창출력과 차입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샬롯을 통한 유동성 확보도 장기적으로는 과제가 남아 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프로젝트샬롯 관련 PF Loan과 기타 차입금 만기 약 1조6755억원이 2027년 1분기에 집중돼 있다. 손 교수는 "프로젝트샬롯은 당장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2027년 만기 부담도 함께 안고 있는 구조"라며 "2027년 만기 차입금의 차환과 그룹 계열사의 신용보강 의존도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롯데건설은 계열사 의존도가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2024년 대비 계열사 신용공여 지원 규모가 절반 이하로 감소할 만큼 자체 대외 신인도가 크게 개선됐다"며 "향후 사업 일정을 차질 없이 수행해 금융비용을 절감하고 선별 수주한 사업의 매출이 본격화되면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추가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별 수주를 통해 확보한 사업들의 매출이 본격화되면서 영업이익을 비롯한 전반적인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며 "사업 일정 준수를 통해 PF 우발채무도 빠르게 감소하면서 재무안전성 역시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PF 리스크를 상당 부분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계열사 신용공여 없이 자체 신용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재무 정상화의 마지막 과제로 남았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