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제재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앞당기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과 주요 기업 실적 개선이 맞물리며 중국 반도체 밸류체인에 대한 투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9일 TIGER ETF 공식 유튜브 채널 ‘스마트 타이거’에서 ‘중국 반도체 시황과 자립 굴기’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그동안 중국 반도체는 제재받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흐름은 정반대”라며 “미국 제재가 오히려 자립을 앞당겼고, 그 자립이 실적으로 나타나면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장비 국산화 흐름을 근거로 들었다. 올해 1~4월 일본산 전공정 장비의 대중 수출액은 전년 대비 24.9% 감소한 반면, 중국 전공정 장비 4개사의 1분기 매출은 27.7% 증가했다. 중국 웨이퍼 제조장비 국산화율도 2020년 5.1%에서 2024년 11.3%로 높아졌다.
애플이 중국 D램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에 접근해 메모리 구매를 위한 규제 승인을 미국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중국 반도체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됐다. 그동안 미국 빅테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서 메모리를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메모리 병목이 심화하면서 중국 기업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책 지원도 자립화의 핵심 축이다. 중국은 2014년 이후 반도체 육성 자금인 ‘대기금’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으며, 지방정부 펀드까지 포함한 총 규모는 약 161조 원에 달한다. 정 본부장은 “2026년부터 시행되는 15차 5개년 계획의 전략 기조가 기술 자립자강”이라며 “고급 반도체와 전공정 내재화가 국가 최우선 과제로 명시됐다”고 말했다.
기업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중국 대표 AI 반도체 설계 기업 캠브리콘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59.6% 증가했다. 파운드리에서는 중신궈지(SMIC)가 2025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 5.3%로 3위에 올랐고, D램 기업 CXMT는 점유율이 1년 사이 3%에서 8%로 확대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중국 반도체 자립 흐름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 ETF’를 소개했다. 이 ETF는 설계, 제조, 장비, 후공정 등 중국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한다. 다만 특정 섹터 집중 상품인 만큼 주가와 환율 변동, 추적오차 등에 따른 손실 가능성은 유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