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금 운용수익 공유 모델…카드사·거래소·테크 기업 참여 유인 확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압박…발행·수탁·AML 규제 불확실성은 과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경쟁의 무게 중심이 발행사에서 유통망과 실제 사용처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기업이 대거 참여한 오픈스탠다드의 오픈USD(OUSD)가 준비금 수익 공유 모델을 내세우면서 기존 시장 구도에 변화를 예고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두나무, 주요 카드사 등이 합류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에도 압박이 커지는 분위기다.
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OUSD 발표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조가 변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테더와 서클 등 발행사 중심으로 형성됐다면, OUSD는 결제사·카드사·거래소·플랫폼 등 실제 사용처를 가진 기업들이 참여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오픈스탠다드는 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코인베이스 등 140여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형 연합체다.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한 OUSD는 준비금 운용수익을 발행사가 독점하지 않고, 유통·결제 등 생태계 확장에 기여한 참여사와 공유하는 모델을 앞세웠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리서치센터장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발행사 위주의 사업에서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의 실제 쓰임을 가진 기업들로 힘이 옮겨가는 시작점”이라며 “실제 사용처를 가진 기업들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쓰이는 곳에 맞춰 움직이는 흐름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테더가 미카(MiCA)와 지니어스법(GENIUS Act) 미준수로 사실상 디지털 유로달러의 위치가 되어가는 가운데, 규제 준수 스테이블코인 중에서는 서클의 USDC가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차지해왔다”며 “빅네임들이 대거 참여한 OUSD는 USDC를 대체할 만한 메이저 브랜드 스테이블코인의 지위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오픈스탠다드에는 국내 기업들도 대거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 한화생명, 두나무, 신한금융그룹,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 NH농협카드, 우리카드 등이 참여사 명단에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당장 OUSD 발행에 나서기보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표준과 결제망에 먼저 연결해두려는 포석으로 해석한다. 참여사 면면을 보면 카드사는 결제와 유통, 삼성전자는 글로벌 공급망과 디바이스 생태계, 한화생명은 해외 투자와 달러 정산 등 업권별 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는 OUSD 결제·유통을 유도하고 준비금 운용수익 일부를 배분받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해외 법인 간 정산이나 무역대금 이동, 디지털 월렛·플랫폼 결제와 스테이블코인을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한화생명은 보험사라는 점에서 해외 투자, 재보험, 달러 결제·정산 효율화 등 보험업권 활용 가능성과 맞닿는다.
다만 참여 기업 명단 등재가 곧바로 OUSD 사업에 대한 적극 참여를 뜻하지는 않는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측은 “업비트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참여하는 등의 상황은 아니며, 향후 오픈스탠다드의 생태계 확장 등에 참여할 의향을 밝힌 정도”라고 전했다.
OUSD 출범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에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통망이 글로벌 결제·정산망을 중심으로 먼저 확대될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제도화 이후 실제 활용처와 유통망 확보 경쟁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다만 달러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쓰임이 다른 만큼 직접적인 대체나 종속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있어야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보완적인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빨리 통과돼야 국내 기업들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데, 해외 인프라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면 우리나라가 할 역할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규제 불확실성도 남았다. OUSD의 실제 발행 법인, 발행 라이선스 취득 방식, 준비자산 수탁 구조, 자금세탁방지·고객확인 체계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홍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발행 주체와 라이선스, 수탁 구조, 자금세탁방지(AML)·고객확인(KYC) 규제 등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올해 하반기 출시 목표는 공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는 당장 발행보다 향후 취급 구조별 규제 검토가 중요하다고 본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미국에서 발행될 경우 해당 관할권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스테이블코인이 외국환거래법상 지급수단으로 직접 규율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국내 금융기관이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취급하게 되면 규제 이슈가 생길 수 있어 서비스 구조를 상세히 설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