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투자 시계 멈췄다…운전자금대출 증가율, 2년 6개월來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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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금 대출 109조원…증가율 5% 육박
시설자금 증가율 3% 그쳐…투자심리 둔화

▲(사진=AI 생성)

기업대출의 무게중심이 투자에서 생존으로 옮겨가고 있다.기업대출의 무게중심이 투자에서 생존으로 옮겨가고 있다. 당장 회사를 굴리는 데 필요한 운전자금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버티기 쪽으로 기울고 있다. 내수 부진과 비용 부담이 길어지며 성장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예금취급기관의 운전자금 대출 잔액은 109조2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운전자금 증가율은 지난해 초 1%대에 그쳤지만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며 올해 1분기 5%에 육박했다.

반면 시설자금 대출 잔액은 97조15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분기 증가율 5.1%와 비교하면 2.1%포인트(p) 낮다. 잔액은 역대 최대 수준이지만 증가율은 지난해 중반 이후 3% 안팎에 머물고 있다.

운전자금은 임금 지급, 원재료 구입, 매입대금 결제 등 기업이 당장 회사를 굴리는 데 필요한 돈이다. 반면 시설자금은 토지 매입, 사업장 건축, 기계·장비 구입 등 생산 기반을 넓히는 데 쓰인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불황형 대출'로 본다.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보다 당장의 비용 부담을 버티기 위한 대출 수요가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경기 둔화와 비용 부담을 동시에 겪는 중소기업들도 당장 필요한 자금 마련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의 '중소금융체감지수' 조사에서 3월 기준 추가 보증자금 활용 계획은 원부자재 구입·구매대금 지급이 47.7%로 가장 많았다. 임차료 등 운영자금 18.1%, 인건비 지급 15.8%가 뒤를 이었고 사업장·설비투자와 기술·연구개발 투자는 각각 13.4%, 2.8%에 그쳤다. 판매부진과 인건비, 원자재비, 금융비용 부담이 겹치며 기업들이 당장 쓸 돈을 먼저 찾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버티기 자금 의존이 길어질수록 기업의 성장 여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운전자금은 회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이지만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투자가 뒤로 밀리면 생산성 개선과 경쟁력 확보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소기업은 매출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고정비를 대출로 메우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최근 경제동향을 통해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시장금리 상승세도 지속되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을 중심으로 투자 여건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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