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수세·증시 활황 맞물려 차입 수요 동시 확대

서울에서 집을 산 사람 둘 중 한 명은 생애 처음 주택을 매입한 무주택자였다. 폭락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5조원 넘게 쓸어 담았다. 같은 달 가계대출은 9조3000억원 급증하며 1년 9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집값과 주가 상승을 놓칠 수 없다는 불안 심리가 확산하면서 주택과 주식을 함께 겨냥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2.0’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9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월(3조5000억원) 증가 폭의 2.7배 수준으로,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부동산 시장과 증시로 자금이 동시에 몰리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도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이번 가계대출 증가는 과거와 결이 다르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이 한꺼번에 급증했다. 기타대출은 한 달 새 5조3000억원 늘었고, 신용대출만 3조4000억원 증가했다. 집을 사기 위한 돈과 주식을 사기 위한 돈이 동시에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막차 수요’가 뚜렷하다. 올해 1~5월 서울 집합건물 매수자 가운데 생애 최초 매수자는 45.6%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포인트(p) 높아진 수치로 역대 최고 기록이다. 5월 기준으로 48.5%까지 올라 서울에서 집을 산 사람 둘 중 한 명이 첫 주택 구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원·성북·강북 등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정책대출을 활용한 매수세가 확산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 코스피 급락 국면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5조1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더 사들이는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8조원 턱밑까지 차올랐다. 문제는 변동성이다. 코스피지수 급등락 여파로 반대매매 물량도 사흘 만에 5000억원 가까이 쏟아졌다. 빌린 돈으로 투자한 주식이 강제 처분되면 개인 손실은 물론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금융권은 이를 ‘영끌 2.0’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2020~2021년 영끌이 부동산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집과 주식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산 가격 상승 기대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가계부채와 금융시장 불안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민철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 관련 대출이 견조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수도권 주택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주식 시장 상황에 따라 신용대출이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며 “외부 충격으로 주가가 조정될 경우 반대매매 등을 통해 주가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