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점포 37개 정리하고 매각 작업 본격화

벼랑 끝에서 회생 기회를 다시 얻은 홈플러스가 임시휴업 점포의 영업 재개와 매장 효율화에 시동을 걸었다. 업계 안팎에선 납품망을 복구하고 영업 공백 기간 동안 경쟁사로 이동한 고객을 되찾는 것이 ‘정상화의 핵심 과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이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을 연장함에 따라 영업 정상화 작업에 착수했다.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 계열사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조달하는 계획을 마련해 즉시항고를 제기했다.
홈플러스는 DIP 대출금이 들어오는 대로 임시휴업 중인 67개 점포의 문을 다시 열 계획이다. 납품업체들과 공급 조건을 협의하고 있으며 매출 규모가 크고 회전율이 높은 생필품을 우선 확보해 현금흐름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일단 온라인 영업은 즉시 가동할 수 있는 수도권 16개 점포부터 시작한다. 이후 배송업체와 협의해 운영 점포와 배송 지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대출금은 상품대금과 연체 임대료, 전기·수도요금 등 매장 운영비를 우선 지급하는 데 사용한다. 지급이 미뤄진 직원 급여와 소상공인 입점업체의 미정산 대금도 병행해 지급할 방침이다.
관건은 납품업체와의 신뢰 회복이다. 홈플러스는 기존 채권은 추후 결제하고 새로 공급받는 상품의 대금을 우선 지급하는 방식으로 납품 재개를 설득하고 있다. 거래 조건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 매장 문을 열더라도 충분한 상품 구색을 갖추기 어렵다. 영업을 재개해도 상품기획(MD) 측면에서 집객력을 빠르게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포 운영 방식도 바꾼다. 복층 매장을 약 3306㎡(약 1000평) 규모의 단층 매장으로 축소하고 식품과 자체 브랜드(PB), 회전율이 높은 생필품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한다. 기존 입점업체 중심의 몰 영업과 온라인 영업도 병행한다. 홈플러스는 이를 미국 유통기업 트레이더조와 유사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트레이더조는 판매 상품의 80% 이상을 PB로 구성하고 최적화된 규모의 매장에서 식품과 생필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한다. 홈플러스도 매장 면적과 재고를 줄여 점포당 비용 부담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대형마트의 경쟁 기준이 점포 수에서 생산성과 현금창출력으로 옮겨가는 데 따른 대응이다. 온라인 쇼핑 확산과 높은 고정비 부담으로 점포 효율화와 식품·PB 경쟁력, 비용 절감이 생존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고객 회복도 영업 정상화의 성패를 가를 변수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기존점 매출은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5%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홈플러스 인근 경쟁 점포 매출은 10% 이상 늘었고 홈플러스의 영업 공백이 양사의 기존점 성장률을 약 4%포인트(p)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상품 구색과 가격 경쟁력을 빠르게 복구하지 못하면 경쟁사로 이동한 고객이 그대로 굳어질 수 있다.
구조혁신과 매각 작업도 병행한다. 홈플러스는 폐점 대상으로 정한 37개 부실 점포의 정리 절차를 진행하고 본사와 영업 재개 매장은 최소 인력으로 운영한다. 나머지 직원들은 당분간 휴직 상태를 유지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장 규모와 상품 구성을 효율화하는 것은 회생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전략적 대응"이라며 "구조혁신을 마무리하고 매각 작업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