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취수량 증가 속 재이용 강화
“반도체 경쟁력, 전력·용수 확보에 달렸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용수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초순수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생산시설 증설과 AI 데이터센터 확산까지 맞물리며 안정적인 용수 확보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물 집약적 산업이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는 불순물을 극미량 수준까지 제거한 초순수가 웨이퍼 세정 등에 대량으로 사용된다.
14일 세계적인 물 전문 조사기관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에 따르면 초순수 1㎥를 생산하는 데 최대 4㎥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냉각과 설비 운영 등에도 상당한 양의 용수가 투입된다. 공정 미세화와 생산량 증가에 따라 물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실제 반도체 기업들의 용수 사용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취수량은 2022년 1억5399만t(톤)에서 2023년 1억6009만t, 2024년 1억6958만t으로 증가했다. SK하이닉스의 취수량도 2022년 1억1164만t, 2023년 1억654만t, 2024년 1억1298만t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반도체 생산 라인의 증설에 따라 DS부문 용수 취수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생산 확대와 함께 물 수요가 증가하자 기업들은 물 재이용과 절감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재이용량은 2022년 1억1311만t에서 2023년 1억1942만t, 2024년 1억2273만t으로 늘었다. 삼성전자는 취수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시설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재이용하거나 사내 처리시설을 통해 정화해 다시 사용하는 등 용수 재이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2024년 환경부·경기도·화성시·오산시·한국수자원공사(K-water) 등과 경기권역 반도체 사업장 물 재이용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업이 완료되면 2029년부터 하루 12만t 규모의 재이용수가 기흥·화성 사업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재이용량도 4788만t에서 5809만t, 6469만t으로 증가했으며 재이용률은 35%에서 40%, 41%로 확대됐다. 회사는 수자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2030년까지 누적 수자원 절감 6억t 달성과 2026년까지 2020년 대비 취수량 집약도 35%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물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향후 하루 약 100만톤 규모의 용수를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AI 반도체 생산 확대와 데이터센터 증가까지 감안하면 산업용수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AI 시대 반도체 경쟁이 공정 기술 경쟁을 넘어 인프라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반도체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력망뿐 아니라 산업용수 공급망과 수처리 인프라를 함께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핵심 인프라인 전력과 용수 확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산업용수 공급을 위한 수자원 확보와 수처리 설비 확충 역시 국가적 차원에서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냉각수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에 대비해 수자원 재활용과 폐수 처리, 대체 냉각 기술 등 중장기적 수처리 역량 강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