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바이오산업을 국가안보 영역으로 규정하고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기술력과 상업성 중심으로 이뤄졌던 기술수출과 공동연구개발이 앞으로는 국가안보까지 고려해야 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최근 바이오기술 투자 국가안보법(BINSA)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기존 대중국 투자 제한법(COINS Act)을 개정해 바이오 분야를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단순 지분 투자뿐 아니라 라이선스 계약과 합작투자(JV), 기술 및 지식재산권(IP) 이전 계약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법안이 시행될 경우 미국 제약사가 중국 기업과 체결하는 기술이전 계약이나 공동개발 계약은 재무부와 관계기관의 심사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은 그동안 바이오시큐어법(BIOSECURE Act) 등을 통해 중국 바이오 기업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이제는 미국 자본과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가는 것까지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중국도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이달 1일 해외투자 규정을 새로 제정했으며 7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새 규정은 해외 투자 전 과정에 대한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기술과 데이터, 노하우의 해외 이전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항체, 저분자 표적치료제,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치료제,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 기술을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규제의 특징은 단순한 자본 이동을 넘어 기술과 데이터까지 관리 대상으로 포함했다는 점이다. 해외 소송이나 규제 대응 과정에서 데이터를 외국 정부에 제출하는 경우에도 중국 법률을 준수해야 하며 바이오 기술과 관련된 일부 핵심 기술은 향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가 큰 미국과 중국의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바이오 딜 구조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들은 기술 확보를 위해 국적과 관계없이 바이오텍과 협력해 왔다. 하지만 향후에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기술 이전 범위와 데이터 활용 권한, 임상 데이터 이전 방식, 공급망 관리 체계, 규제 변화에 따른 책임 소재 등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중국 정부도 다음 달 1일 이후 해외 기업과의 공동연구개발과 기술이전, 합작투자, 중국 임상 데이터 공유 등에 새로운 절차가 생길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국내 바이오업계의 기회이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술력과 시장성만 입증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기술이 어느 국가에서 개발됐고 데이터가 어디로 이동하며 공급망이 어느 국가에 위치하는지까지 검토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한국 기업들은 중립적인 위치에 있지만 공동개발 파트너 선정과 기술이전 구조 설계 과정에서 추가적인 법률 검토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미국과 중국이 바이오산업을 국가안보 이슈로 인식하며 국내 기업들도 양국의 규제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중국 기업과의 계약이 미국 규제에 영향을 받거나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미·중 간 거래가 위축될 경우 한국 기업이 대체 파트너로 부상할 기회도 있는 만큼 규제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