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도 ‘감’보다 데이터…AI 처방에 농가소득 25.9% 뛰었다

기사 듣기
00:00 / 00:00

농진청, AI 경영컨설팅 33농가 분석…10a당 평균 162만원 증가
블루베리값 인상·배 방제 강화 사례 확인…소득 감소 농가는 7월 재점검

▲(사진=AI 생성)

농업 인공지능(AI)의 무게중심이 온실 제어와 생산 자동화를 넘어 농장 경영으로 넓어지고 있다. 5년째 가격을 올리지 못한 블루베리 농가에는 단계적 가격 인상을 권했고, 병해 피해로 어려움을 겪던 배 농가에는 방제비 투입 수준을 짚어줬다. 농가가 자신의 가격·비용·방제 수준을 전국 농가와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소득 개선 여지가 확인되면서, 경험과 감에 의존하던 농업 경영이 데이터 기반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빨라질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전국 55호 농가를 대상으로 ‘AI 기반 경영 전문 상담’을 시범 추진하고, 이 중 작기가 끝난 33호의 농업소득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이번 컨설팅은 AI가 개별 농가의 기본정보와 경영 데이터를 분석해 가격 적정성, 고용 노동비, 병충해 방제, 관행 시비 등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짚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농가별 경영 상태를 평균 농가나 고소득 농가와 비교하고, 개선이 필요한 지점을 찾아 소득 상승 전략을 제시했다.

분석 결과 33호 농가 중 21호에서 농업소득이 늘었다. 전체 평균 농업소득은 1기작 10아르 기준 627만원에서 789만원으로 25.9%, 금액으로는 162만원 증가했다.

소득이 늘어난 21호만 따로 보면 증가 폭은 더 컸다. 이들 농가의 농업소득은 평균 587만원에서 1100만원으로 87.4%, 523만원 늘었다. 경영비를 줄이면서 총수입을 늘린 농가는 6호로 소득이 평균 34.7% 증가했고, 경영비가 늘었지만 총수입이 더 크게 늘어난 농가는 15호로 소득이 평균 128.0% 뛰었다.

현장에서 효과가 확인된 지점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었다. AI가 ‘무조건 아끼라’고 권한 것이 아니라 가격을 올릴 곳, 비용을 더 써야 할 곳, 생산성을 높일 곳을 구분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충북 충주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A씨는 직거래 단골을 놓칠까 봐 5년째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AI는 다른 농가의 판매단가를 보여주며 단계적인 가격 인상을 권했고, A씨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총수입은 108만원 늘었다. 농산물 가격 결정이 경험과 눈치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비교 가능한 시장 데이터를 근거로 가격을 조정한 셈이다.

전남 나주의 배 농가 B씨 사례는 비용 관리의 방향을 보여준다. B씨는 배 검은별무늬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AI 컨설팅 결과 농약비 지출이 다른 농가보다 낮다는 점이 확인됐다. 방제에 더 신경을 쓰면서 농약비는 일부 늘었지만 수량이 10아르당 687kg 증가했고, 농업소득은 108만원 늘었다. 비용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적정한 투입이 수확량과 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결과는 최근 농가소득 구조와도 맞물려 있다. 지난해 농가소득은 5467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 가운데 농업소득은 1171만원에 그쳤다. 농업총수입은 쌀·축산물 가격 회복 등에 힘입어 늘었지만, 사료비와 노무비, 광열비 등 경영비 부담도 함께 커졌다. 농가 살림에서 직불금과 기초연금 등 이전소득의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농업 자체로 벌어들이는 소득을 높이는 경영 개선의 필요성이 더 커진 것이다.

다만 이번 분석을 곧바로 전체 농가에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분석 대상은 컨설팅을 받은 55호 중 작기가 끝난 33호로 제한됐다. 또 컨설팅 당시 활용한 2023년 소득과 컨설팅 이후인 2025년 소득을 같은 농가별로 비교한 조기 분석인 만큼, 품목별 가격 변동이나 기상 여건 등 외부 요인을 더 정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농진청도 소득 증가 효과를 보지 못한 농가 사례를 추가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7월에는 컨설팅 이후에도 소득이 줄어든 농가를 대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AI 컨설팅이 실제 현장에 안착하려면 소득이 오른 사례뿐 아니라 효과가 제한된 사례까지 함께 축적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최광호 농진청 기술협력국장은 “기후 변화, 노동력 감소 등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해지면서 농업소득 비중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라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경영 전문 상담을 정착시켜 농가 스스로 경영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