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가 국내 배달 플랫폼 1위 ‘배달의민족(배민)’ 인수를 추진하며 국내 이커머스와 물류 시장에 초대형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 공룡 ‘우버’와 연합군을 결성해 배민 지분을 인수하는 시나리오다. 딜이 성사될 경우 연간 40조원 규모의 배달앱 시장은 물론 전체 이커머스 패러다임이 ‘네이버·우버 동맹’과 ‘쿠팡’의 양자 대결로 재편될 전망이다. 다만 우버가 배민 최대주주인 딜리버리히어로(DH)의 최대주주로 부상하는 등 복잡한 지분 관계가 얽히면서 네이버의 컨소시엄 구성 전략에 미묘한 기류가 감돌고 있다.
2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배민 인수설과 관련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이번 인수설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둔 채 고심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네이버가 몸값만 8조원에 달하는 배민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주력인 ‘네이버 쇼핑’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현재 국내 시장은 검색 권력의 네이버와 자체 물류망을 확보한 쿠팡이 양분하고 있다. 네이버는 배민의 압도적인 트래픽과 라스트마일(최종 목적지 배송) 물류망을 흡수해 쿠팡을 넘어선다는 전략이다.
이번 인수의 본질은 유료 멤버십 생태계 확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에 있다. 쿠팡이 배달앱 ‘쿠팡이츠’의 무료 배달을 ‘와우 멤버십’ 혜택으로 연동해 이용자 락인 효과를 극대화하자 네이버 역시 강력한 맞불 카드가 필요해졌다. 최근 타 플랫폼 및 유통사들과 손잡고 혜택을 다각화해 온 네이버에 점유율 60%의 배민이 가세하면 가공할 시너지가 난다. 멤버십 회원에게 배민 배달 혜택과 포인트 적립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순간 쿠팡으로의 이탈을 막는 거대한 방어벽이 형성되기 돼서다.
그동안 네이버는 직접 물류망을 구축하는 대신 외부 기업들과 연대하는 ‘에셋 라이트(자산 경량화)’ 물류 전략을 취해왔다. 이번 배민 인수 검토 역시 이러한 연합군 전략의 연장선으로 그간 취약점이었던 '라스트마일(최종 목적지 배송) 물류 네트워크'의 주도권까지 확보해 기존 커머스 생태계를 고도화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변수는 우버와 배민 모기업 간의 복잡해진 지분 관계다. 우버가 최근 독일 DH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면서 네이버의 컨소시엄 구성 전략에도 미묘한 기류가 감돌고 있다. 우버가 매각 측인 DH의 이해관계인으로 묶이면서 협상의 투명성과 자금 조달 구조의 유불리를 따져봐야 하는 네이버의 고차방정식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컨소시엄은 우버와 네이버가 각각 8대 2 안팎의 지분 비율로 참여하는 구조가 거론된다. 네이버의 예상 지분율은 약 19.9%로, 인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추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시 독과점 칼날을 피해 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우버의 복잡해진 지분 구조와 자금 조달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향후 제3의 재무적 투자자(FI)를 추가로 유치하거나 파트너십 구조를 다변화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가 종합 생활 플랫폼 허브로 진화하기 위한 네이버의 마지막 필수 퍼즐이라고 진단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버 변수로 인해 고차방정식이 됐지만, 쿠팡의 독주를 막고 이커머스 판을 뒤집기 위해 네이버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카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