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험료·운임 상승 부담 지속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였던 HMM 소속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 처음으로 해협을 빠져나오면서 국내 해운업계가 남아 있는 국적선 25척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번 통항 허가가 추가 국적선 이동 여부를 가늠할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긴장감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이 운영 중인 VLCC ‘유니버설 위너호’는 다음 달 8일 울산항에 입항이 예정됐다. 해당 선박에는 선원 21명이 승선하고 있으며, 약 2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적재했다.
이번 통항은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이후 사실상 첫 국적선 탈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교부는 “정부는 이란 전쟁 이후 한·이란 외교장관 통화와 특사 파견, 양국 외교 채널 등을 통해 우리 선박의 안전과 자유로운 항행을 지속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HMM ‘나무호’ 피격 사건 이후 이란이 공격 주체로 지목되면서 한국 정부의 압박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해 선박 통행에 동의했을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특히 가장 먼저 이동한 선박이 한국행 유조선이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그동안 이란 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한국인 선원 비중과 국내 에너지 수급 중요성 등을 우선순위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머무는 국적선 26척 가운데 유조선은 4척 수준이다.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국적선 25척의 향방이다. 해운업계는 이란 측의 추가 통항 허가 여부와 함께 미국·이란 간 군사 긴장 수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 미국과 이란은 최근까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책과 군사 대응 수위를 번갈아 조정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로젝트 프리덤’ 중단 방침을 밝힌 직후 이란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제를 위한 새로운 해상 교통 규제 체계를 가동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유조선을 중심으로 추가 이동이 일부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컨테이너선·벌크선 등 일반 화물선은 대기 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추가 통항 여부를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며 “정부 협상 결과와 중동 정세 흐름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해운사들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비용 부담 확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가 상승과 함께 전쟁보험료, 우회 운항 비용, 해상 운임 등이 동시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형 컨테이너 운임지수(KCCI)는 18일 기준 전주 대비 167포인트(p) 오른 2361을 기록했고,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같은 기간 187포인트 상승한 2141로 집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