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경쟁 과열 땐 지역활성화 취지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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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향납세’ 참고해 2023년 국내 도입
“지역 브랜드 육성과 디지털 운영체계 강화가 핵심”

▲농협중앙회 농업농촌지원본부와 지역사회공헌부 직원들이 24일 출근길 임직원들에게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과 커피를 나눠주며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와 참여 방법을 알리고 있다. (사진제공=농협중앙회)
고향사랑기부제가 단순 답례품 경쟁 중심으로 흐르면 지역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처럼 기부금 확대 경쟁이 과열되면 제도가 사실상 ‘세금으로 운영되는 쇼핑몰’로 변질될 수 있는 만큼 지역 브랜드 육성과 기부금 활용의 전략성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원종학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8일 ‘고향사랑기부제 개선방안: 미야코노조시의 사례로부터’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소멸 대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개인이 자신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제외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답례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기부자는 세액공제와 함께 기부금의 30% 한도 내에서 지역 특산품 등의 답례품도 받을 수 있다. 일본의 ‘고향납세(ふるさと納税)’ 제도를 참고해 2023년 도입됐으며 한국은 일본의 부작용을 고려해 자기 거주지 기부 금지와 연간 기부 한도 설정, 답례품 규제 강화 등을 도입했다.

제도 시행 이후 지자체들은 세액공제 확대와 기부 한도 상향, 민간 답례품 플랫폼 허용 등을 요구해왔고 정부는 올해부터 연간 기부 한도를 기존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확대했다. 내년부터는 10만~20만원 구간 기부금 세액공제율도 현행 15%에서 40%로 높아질 예정이다.

제도 효과는 일부 나타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향사랑기부 모금액은 증가세를 이어갔고 기부 건수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연구에서는 지역 특산품 생산 확대와 지방재정 확충,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보고서는 일본 사례를 참고하되 무분별한 답례품 경쟁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고향납세 제도는 2014년 이후 기부액이 급증했지만, 과도한 답례품 경쟁으로 '세금으로 운영되는 쇼핑몰'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는 원스톱 세액공제와 민간 플랫폼 확산, 답례품 경쟁이 급성장의 핵심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 미야자키현 미야코노조시는 고향납세 성공 사례로 소개됐다. 인구 15만9000명의 농축산 도시인 미야코노조시는 ‘고기와 소주의 고향’이라는 슬로건 아래 답례품을 축산물과 소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운영했다.

미야코노조시는 단순히 기부금을 늘리는데 집중하지 않고 도시 인지도 제고를 핵심 목표로 삼았다. 지역 특산물을 전국 브랜드로 키우면서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연결한 것이다. 고향납세를 기부금 모집 수단이 아니라 도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다.

또 민간 포털사이트 활용과 데이터 분석, 모바일 기반 세액공제 시스템 구축 등 디지털 전략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미야코노조시는 고향납세 관련 행정업무를 디지털화해 업무 효율성과 기부 편의성을 동시에 높였고 일본 DX 대상도 받았다.

그 결과 미야코노조시는 2015년 이후 일본 전국 고향납세 기부액 1위를 여러 차례 기록했고 10년 연속 전국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원종학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역시 단순한 답례품 확대 경쟁보다 지역 정체성과 브랜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며 "기부자와 지역 간 관계 형성, 디지털 기반 운영 체계 구축, 기부금 사용의 투명성 강화 등이 고향사랑기부제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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