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광산 호황 흑자로 미래펀드 설립…정치 개입 논란도

나라살림연구소는 10일 '초과 세수로 국부펀드를 만든 나라들, 아일랜드와 호주' 보고서에서 반도체 초과세수를 활용한 한국형 국부펀드 구상과 유사한 해외 사례를 분석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조세 규범(BEPS) 개편 이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지식재산권(IP)을 아일랜드로 이전하면서 법인세 수입이 2014년 46억유로에서 2024년 281억유로로 10년 만에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아일랜드 정부는 일시적인 세수 증가분을 장기 재정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2024년 미래아일랜드기금(Future Ireland Fund·FIF)을 출범시켰다. 특히 법인세 수입 규모가 아닌 국내총생산(GDP)의 0.8%를 매년 기금에 내도록 법에 명시해 세수 변동성과 적립 구조를 분리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펀드 출범 당시 전담 투자위원회와 외부 운용사 선정 등이 완료되지 않아 첫 납부 이후 16개월 동안 자금 대부분을 국채와 현금성 자산으로만 운용했다. 연구소는 이로 인해 약 6억3000만유로(약 9200억원)의 기회비용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호주는 중국의 철광석·석탄 수요 급증으로 발생한 재정 흑자를 활용해 2006년 미래펀드(Future Fund)를 설립했다. 정부는 605억호주달러를 투입한 뒤 추가 납부 없이 운용수익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불렸고, 올해 3월 기준 운용 규모는 2690억호주달러(약 291조원)로 증가했다.
그러나 호주 사례는 국부펀드의 정치적 독립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2024년 노동당 정부는 운용지침을 개정해 에너지 전환과 주택 공급, 인프라 투자 등 국가 정책 목표를 투자 판단에 반영하도록 했다. 이에 야당과 펀드 설립 주역들은 수익 극대화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두 사례에서 다섯 가지 교훈을 도출했다. 우선 초과세수 자체를 납부 기준으로 삼으면 업황에 따라 재원 조달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담 운용기관과 투자위원회, 외부 운용사 선정 등 운용 인프라를 사전에 구축하지 않으면 막대한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수익 극대화와 산업정책 지원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경우 운용 방향이 흔들릴 수 있으며, 정권 교체 때마다 펀드 성격이 바뀌지 않도록 운용지침 변경에 대한 의회 견제 장치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진욱 책임연구원은 "국부펀드는 한번 설계가 고착되면 수정하기 어려운 장기 제도"라며 "반도체 초과세수라는 기회를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으로 전환하려면 납부 기준, 운용 체계, 목적 설계가 출범 전에 명확히 확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