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효과' 제외 계약통화 기준 2.45배 상승⋯단가 상승 '뚜렷'
코로나 이후 맥못추던 반도체, 지난해 4분기부터 반등 본격화
한은 "반도체 호황 최소 내년까지⋯이후로는 변수 따라 유동적"

최근 1년 새 반도체 수출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인해 제조사가 가격과 물량 결정권을 쥐는 공급자 우위 흐름이 지속되면서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 주가지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반도체 품목의 수출물가지수는 2025년 4월 원화 기준 97.9(2020년=100) 수준에서 1년 만인 올해 4월 250.5까지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내 반도체의 평균 수출 가격이 1년 새 2.5배(약 156%) 상승했다는 의미다. 환율 변동 효과를 제외한 계약통화 기준으로 보더라도 반도체의 수출물가지수는 80.8에서 198로 2.45배(145%) 뛰었다. 수출물가지수는 각 품목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수출 품목이 해외에서 얼마나 제값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본격적으로 반도체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4분기부터다. 반도체 수출물가지수는 2022년 10월 이후 줄곧 100을 밑돌았다. 당시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특수 종료와 수요 침체, 재고 누적으로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급감하는 '혹한기'를 겪어야 했다. 그러다 AI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호황이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9월 반도체 수출물가가 기준점인 100을 돌파했고 10월 120을 넘어섰다. 올해 3월부터는 200을 웃돌고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국내 전체 수출물가를 수십년만에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물가지수는 187.40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8% 급등했다. 이는 1998년 3월 이후 28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는 수출물가지수에서 반도체 가중치가 높다는 점도 한몫했다. 한은에 따르면 총 수출물가지수(1000)에서의 반도체 가중치는 168.2이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수출물가지수에서의 반도체 가중치가 큰 상황에서 반도체 가격 상승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견조한 반도체 수요 역시 가격 상승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1년간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를 보면 12개월 중 7개월의 수출물량지수(2020년=100)가 200을 웃돌았다. 나머지 5개월 역시 170~190대를 기록, 현재의 반도체 공급량이 여전히 수요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부족한 공급에 제품 단가가 뛰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 반도체를 팔고 총 얼마를 벌어들였는지 보여주는 수출금액지수 역시 추세적 우상향을 거듭, 올해 2월부터 석 달째 300을 상회하고 있다.
이 같은 반도체 업황 호조세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개선, 경제성장률 등 국내 실물경제 지표 전반에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올해 3월 경상수지는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7% 상승하며 당초 한은 전망치(0.9%)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코스피 등 국내 증시 역시 한국 반도체 양대산맥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을 발판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한은은 지금의 반도체 경기 호조세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향후 산업의 주요 변수로는 △AI투자에 대한 수익성 검증 △빅테크의 자금 확보 여부 △AI 모델 경량화 등 기술 효율성 △주요 메모리 기업의 증설 속도 △중국 메모리 기업의 공급 확대 및 기술 추격 등이 꼽힌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 확장기보다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더 크고 지속 기간도 더 길어지는 모습"이라며 "그 이후의 흐름은 유동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