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유행 끝났다지만⋯아파도 출근하는 문화 그대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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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우리아이들병원에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주의보가 해제됐다. 병원을 찾는 환자는 줄었지만, 아플 때 학교와 직장을 쉬기 어려운 문화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행주의보는 해제⋯예방수칙은 유지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감기약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질병관리청은 15일 2025~2026절기 독감 유행주의보를 이날부로 해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17일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독감 유행주의보 해제는 38도 이상의 발열과 함께 기침 또는 인후통을 보이는 독감 의사환자 분율이 3주 연속 유행 기준 이하일 경우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결정한다.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은 외래환자 1000명당 9.1명이다.

최근 4주간 의사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10.1명(올해 16주차)에서 6.9명(17주차), 8.1명(18주차), 6.9명(19주차)을 기록해 최근 3주 연속 유행 기준을 밑돌았다.

다만 유행주의보 해제가 독감 위험의 소멸을 뜻하지는 않는다. 질병청은 손 씻기와 기침 예절 등 호흡기감염병 예방수칙을 계속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독감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해열제를 쓰지 않고도 열이 내린 뒤 최소 24시간이 지나기 전까지 등교나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쉬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쉬라'는 권고와 '쉴 수 없는' 현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일대에서 우산을 쓴 직장인들이 비를 피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투데이DB)

문제는 권고와 현실 사이의 간격이다. 독감에 걸리면 쉬어야 한다는 기준은 비교적 분명하다. 하지만 실제로 쉬려면 병가 제도와 소득 보장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직장갑질119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2월 10~17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8.4%는 '아프면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의 83.5%는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민간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유급 병가 사용 가능 응답률은 53.2%에 그쳤다. 여성, 비정규직, 비사무직, 비조합원에서도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응답이 많았다.

감염 당시 실제로 쉬었는지도 고용 조건에 따라 갈렸다. 최근 1년 안에 독감 등 유행성 질환 감염병에 걸렸다고 답한 28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8.9%는 감염 당시 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비정규직, 비조합원, 비사무직, 일반사원급일수록 이 같은 응답 비율이 높았다.

이런 격차는 감염병 대응을 개인 위생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게 만든다. 아픈 사람이 쉬지 못하면 회복이 늦어질 수 있고, 직장과 학교 안에서 감염이 퍼질 가능성도 커진다. ‘아프면 쉬기’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인 이유다.

방역 이후 남은 질문, '아프면 쉴 수 있나'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학교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독감에 걸린 학생은 열이 내린 뒤 일정 시간이 지나야 등교할 수 있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이나 돌봄 여건이 부족한 가정에서는 결석 기간 자체가 부담이 된다. 병원 확인서 제출, 출석 인정 처리, 돌봄 공백 문제 등이 함께 발생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는 병가 대신 연차를 쓰거나 재택근무로 버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제조업, 서비스업, 돌봄 노동처럼 현장 출근이 필요한 직군은 선택지가 좁다. 같은 독감에 걸려도 어떤 사람은 집에서 쉬고, 어떤 사람은 출근해야 하는 차이가 생긴다.

코로나19 이후 '아프면 쉬기'는 사회적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원칙이 실제 생활에서 작동하려면 병가, 돌봄, 소득 보전 등의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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