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유지 땐 韓 기업 반사이익

미국 정부가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엔비디아 H200 그래픽처리장치(GPU) 판매를 일부 허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중국의 기술 자립 기조와 미중 갈등이라는 변수가 여전히 남아 있어 실제 거래 확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되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기업 10곳에 엔비디아 H200 GPU 판매를 승인했다.
H200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연산용 핵심 칩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최신 H200에는 HBM3E(5세대 HBM)가 핵심 부품으로 탑재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요 공급사로 꼽힌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중국을 대상으로 H200 수출 허용과 제한을 반복해왔다. 한때 엔비디아에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일부 규제를 완화하기도 했지만, 중국이 반도체 기술 자립 기조를 강화하면서 실제 공급 확대는 제한적이었다.
업계에서는 H200 수출 허가가 확대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공급 역시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과거 엔비디아 매출의 약 13%를 차지했던 핵심 시장”이라며 “H200은 호퍼(Hopper) 기반 제품 중 최고 성능 제품으로 HBM3E 8단이 탑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엔비디아 HBM3E 8단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약 90%, 마이크론이 약 10%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실제 거래 확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기술 자립 노선을 유지하면서 중국 기업들 역시 미국산 AI 반도체 구매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수출을 허용하더라도 미중 관계가 다시 악화될 경우 실질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 공급 안정성을 확신하기 어렵기도 하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역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 여부로 꼽힌다.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 반도체 업계와 글로벌 공급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중국은 AI 데이터센터 확대 과정에서 메모리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숙공정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HBM 등 첨단 메모리 기술력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일부 첨단 반도체는 중동 등 제3국을 통한 우회 조달 방식까지 활용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극적인 타결보다는 기존 갈등을 관리하고 협상 국면을 연장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바탕으로 협상 주도권을 확보한 만큼 향후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와 같은 추가 양보를 끌어낼 가능성도 거론된다”며 “이 경우 중국 메모리·파운드리 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화되며 한국 반도체 기업에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양측 협상이 상징적 합의 수준에 그칠 경우 반도체 분야 협상은 후속 논의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 반도체 업계에 대한 규제가 당장 완화되지 않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의 반사이익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