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논의가 다시 정치권과 정부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장 전문가들과 법조계에서는 단순히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만 낮춘다고 소년범죄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경미한 사건까지 사법절차에 편입시키는 현행 구조를 손보는 등 제도 보완이 우선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연이어 열린 촉법소년 관련 공개포럼과 시민 숙의 과정에서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연령 숫자 자체보다 현재 소년사법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혁 국립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소년법이 단순히 처벌을 면제해주는 제도처럼 인식되면서 사회적 불신이 커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연령을 낮추는 방식만으로 범죄 예방 효과를 단정하기 어렵고, 실제 제도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특히 “강한 처벌 경험이 오히려 낙인 효과로 이어져 재사회화를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도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년재판 실무를 맡아온 현장 법관들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내놓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 법조계 관계자는 “촉법소년 사건 가운데는 단순 갈등이나 충동적 행동 수준의 사안도 적지 않은데 현행 제도상 모두 법원 절차를 거치게 되면서 아이들이 불필요하게 ‘소년범’이라는 경험을 안고 가는 경우가 생긴다”며 “재판 개시 이전 단계에서 사건을 선별·조정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현장에서도 ‘사법화’ 흐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 활동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은 “예전에는 학교 안에서 생활지도로 마무리되던 사안까지 지금은 경찰 신고와 병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 간 갈등 조정 기능은 약해지고, 사건이 곧바로 형사절차로 연결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정경은 초당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한국청소년복지학회장)는 촉법소년 문제를 단순 형사정책 차원이 아니라 위기청소년 보호 체계와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가정환경과 학업 중단, 정서 문제 등 복합 위험요인이 누적된 상태에서 비행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령 기준 논쟁에만 매몰되면 정작 필요한 상담·치료·회복 지원 체계 논의는 뒤로 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최근에는 ‘전건송치’ 구조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행 소년법상 촉법소년 사건은 경중과 무관하게 모두 법원 소년부로 넘겨야 하는데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경미 사건까지 사법 시스템으로 밀어넣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청 연구용역 보고서 역시 범죄 경중과 피해 회복 여부 등을 고려해 경찰 단계에서 일부 사건을 선별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촉법소년 연령 조정 여부에 관한 정부의 최종 판단이 이달 중순 나올 예정이다. 정부 주도로 두 달간 대국민 공론화를 거쳐 내린 결론은 ‘만 14세 현상 유지’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