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인을 고용하는 방식의 진출에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중국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이 제조업과 국가안보를 흔들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표면적 명분은 차량 데이터 보안이다. 그 배경에는 값싼 중국 전기차가 미국 완성차 시장의 가격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업계와 양당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시장 접근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국 업체들이 국가 보조금, 전기차 기술, 낮은 가격을 앞세워 미국 제조업 핵심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디트로이트 경제 클럽 행사에서 "외국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인을 고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중국도, 일본도 들어오게 하자"고 말했다. 수입차에는 높은 관세를 매기더라도, 미국 내 생산과 고용을 조건으로 외국 업체 투자를 끌어들이겠다는 논리다.
반면 미국 자동차 업계와 일부 의원들은 중국 업체가 미국 안에 생산 거점을 만들면 기존 장벽의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고 본다. 중국산 완성차 수입은 관세로 막을 수 있지만, 중국 업체의 미국 내 생산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중국 업체가 국가 지원과 낮은 가격을 앞세워 시장에 들어올 경우 기존 완성차 업체와 미국 제조 기반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를 막는 제도적 장벽은 바이든 행정부 때 세워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통신 연결 차량을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국가안보 위험으로 봤다. 통신망에 연결된 차량은 위치 정보, 이동 경로, 운전 습관, 주변 영상, 휴대전화 연결 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다. 중국 관련 차량 부품과 차량 운용 프로그램이 미국 도로에 대량으로 들어오면 데이터 유출이나 외부 통제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지난해 1월 중국·러시아 관련 통신 연결 차량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중국이나 러시아와 밀접하게 연결된 업체가 만든 차량연결시스템 하드웨어의 미국 수입을 제한하고, 이들 업체가 만든 차량연결시스템 또는 자율주행시스템 관련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통신 연결 차량의 미국 내 수입·판매도 금지하는 내용이다. 규칙은 지난해 3월 발효됐으며, 소프트웨어는 2027년식 차량부터, 하드웨어는 2030년식 차량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관세 장벽도 바이든 행정부 때 높였다. 미국은 2024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100%로 올렸다. 당시 미국은 중국이 기술이전과 지식재산권 측면에서 벌이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안보 우려만으로는 미국 자동차 업계의 강한 반발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중국 전기차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이다. 배터리 공급망과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춘 중국 업체들은 낮은 가격의 전기차를 빠르게 내놓고 있다. 미국 소비자가 고가 전기차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저가 중국 전기차가 들어오면 전기차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소비자에게는 중국 전기차 진입 제한이 아쉬울 수 있다. 저가 전기차가 들어오면 선택지가 늘고, 테슬라와 미국 완성차 업체도 가격을 낮춰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업계와 일부 의원들은 이를 단순한 소비자 선택권 문제로 보지 않는다. 전기차는 배터리, 차량 운용 프로그램, 데이터, 충전망이 함께 얽힌 전략산업이다. 중국 업체에 시장을 내주면 공급망과 기술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이 흐름은 변수다.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장벽을 유지하면 한국 업체는 미국 시장에서 저가 중국산과 직접 맞붙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중국 업체들이 미국 내 생산이나 제3국 생산을 통해 우회로를 찾으면 가격 경쟁은 더 거세질 수 있다.
결국 현재 충돌은 미국 전체가 중국 전기차를 일괄적으로 반대한다는 구도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공장과 고용을 전제로 중국 업체 진입에 열려 있고, 미국 자동차 업계와 일부 의원들은 이를 위험하다고 본다. 중국 전기차를 둘러싼 전선은 안보와 산업 보호, 소비자 선택권, 미국 내 일자리 논리 등이 맞부딪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