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서 필수 우회조치 누락·부적합 장비 사용
안전상 우려 “자칫 위험 신호 놓칠 우려”

한울3발전소 한울5호기 정비 현장에서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절차 위반 사례가 다수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핵심 설비를 점검·시험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정비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현장 안전관리 체계와 품질보증 시스템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전이 다중 안전장치를 기반으로 운영되더라도 현장 절차 준수와 계측 신뢰성이 흔들릴 경우 중대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10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한울3발전 5호기 계측정비용역 업체인 우진엔텍·영진을 상대로 ‘절차준수 위반에 대한 조치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사건은 3월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에는 “정비절차 위반사항이 다수 확인됐고 이는 원자력 안전을 심각히 저해하는 행위”라며 “기본원칙과 절차준수를 수없이 강조하고 교육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고 적시됐다. 한수원은 업체 측에 인적 쇄신을 포함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제출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공문 등에 따르면 5호기 주제어실 공기조화계통 시험 과정에서는 필요한 우회(Jump) 조작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I/V카드(전류를 전압으로 변환하는 장치)’가 작동하지 않도록 회로를 임시 변경해 놨어야 했지만 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험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발생하지 않아야 할 신호가 발생했고 결국 안전 시험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즉, 시험 환경을 사전에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면서 계측 신호 체계에 오류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주제어실 기기냉각수계통 교체 작업 과정에서 설비에 적합하지 않은 유량계를 부착한 사실도 지적됐다. 유량계는 설비별로 허용 유량 범위와 측정 기준이 달라 이에 맞는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은 작업 당시 측정 규격이 맞지 않는 유량계를 사용한 것이다. 이 경우 실제 이상 신호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원전이 다중 안전장치를 기반으로 운영된다고 할지라도 잘못된 장비를 사용하거나 시험 절차가 어긋나면 위험 신호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며 “심할 경우 발전소 전체 정지나 안전 상의 문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정기 절차 과정에서 계측기를 교정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교정이 완료된 것처럼 ‘교정필증’을 부착한 사례도 적발됐다. 작업 완료를 의미하는 교정필증은 해당 장비가 기준값에 맞게 정상 보정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를 실제 교정 없이 부착했다는 것은 측정 신뢰성을 허위로 표시한 셈이어서 한수원 내부에서도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다만 한수원은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즉시 조치했으며 실제 중대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은 관련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와 처리 방향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계약 해지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존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도 전달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