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만원 오를 때 소비 '130원' 늘었다⋯한은 "미국ㆍ유럽 대비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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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7일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이슈노트 발표
"한국 주식 자산효과 1.3% 불과⋯미국ㆍ유럽 등 주요국 3~4%"
"부동산 쏠림 막고 장기 투자 환경 조성을"⋯'빚투' 역습 경계령

(이투데이DB)

선진국에 비해 한국 증시 랠리가 소비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한국은행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가계의 주식시장 참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주식 자본이득이 부동산 등 다른 자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해 ‘주식 자산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빚투’(빚내서 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조정에 따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경기에 부정적 영향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7일 한국은행의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식 자산효과는 약 1.3% 수준인 것으로 추산됐다. 주식 투자로 1만 원을 벌었을 경우 이를 소비로 쓰는 금액은 130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한국의 주식 자산효과는 주요 선진국의 절반 이하에 그쳤다. 국가별 자산효과 추정치는 독일 3.8%, 프랑스·미국 각각 3.2% 등 주가 상승 시 자본이득의 3~4%가 소비로 이어졌다. 이탈리아와 일본 역시 각각 2.3%, 2.2%로 한국을 웃돌았다.

한은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처한 구조적인 한계를 꼽았다. 한은은 우리나라 가계 주식 자산 투자 저변이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주식자산 규모는 77%다. 미국(256%)이나 유럽 주요국(184%)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을 영구소득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도 소비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민수 거시분선팀 차장은 “2011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의 주식 기대수익률은 월평균 0.09%로 미국 주식(0.53%)의 6분의 1에 불과했다”면서 “이처럼 기대수익이 낮은 상황에서 변동성이 높다는 점은 주가 상승 이익이 언제든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쏠림 현상도 소비 확대의 걸림돌이다. 특히 무주택 가구는 주식 자본이득의 70%가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됐다.최근 서울 주택매매 자금출처조사에서도 주식매각대금 비중이 크게 늘었다.

한은은 다만 최근 이러한 구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를 바탕으로 국내 증시가 급등하면서 가계 주식 보유가 크게 늘고 투자 참여 계층도 다양화되고 있어서다. 최근 주식시장에 새로 유입되는 청년층과 중·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자산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계층이라는 점에서 향후 주식시장 호황이 내수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은은 주식투자가 급증한 만큼 주가 조정에 따른 역자산효과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주가 하락 시에는 소비 위축 효과가 상승기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데다 최근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투자도 증가하고 있어 자산가격 하락과 채무부담 확대가 동시에 경기 하방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이 가계의 자산 형성 기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안정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특히 부동산 가격 안정을 통해 주식 자본이득의 부동산 쏠림을 완화하고, 가계의 장기 주식보유 유인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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