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성은 무조건적인 보호와 환대를 받는다. 전 세계에서 제일가는 저출산 고령화 국가인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당연한 처사다. 하지만 모성이 여성으로 글자 하나만 바뀌면 분위기는 급격히 싸늘해진다. 여성의 기본권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과격한 페미니즘으로 치부되며, 대체로 위정자들의 안중에 없다.
2024년 자택 화장실에서 혼자 출산한 아기를 방치해 숨지게 한 17세 여성이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장기 2년 6개월·단기 2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가족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아기의 생물학적 아버지의 도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출산한 점을 고려한 형량이다.
이 여성은 출산 당시 17세였고 현재도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은 미성년자다. 수형 생활을 모범적으로 해 가장 짧은 형을 살고 나온다면 21살에 사회로 복귀하게 된다. 진로를 고민하고, 대학교에 진학하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여행을 다니기도 좋은 나이다. 하지만 사회가 이 여성에게 남긴 상흔이 너무나 깊다. 임신, 출산, 수형 생활로 이어진 비극을 오롯이 혼자 감당한 10대 청소년은 어떤 20대를 보내게 될지 짐작하기 어렵다.
위기 임산부를 방치한 사회의 책임이 무겁다.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대체 입법을 하지 않은 채 7년이 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5~49세 여성 8500명 중 7.1%(606명)가 낙태를 경험했다. 2024년 위기 임산부를 지원하는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이미 너무 늦은 데다, 임신 중단 관련 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모든 지원의 결론은 ‘어쨌든 낳아라’로 수렴한다. 실형을 받아 마땅한 자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여성만이 아니다. 죽은 아기의 생물학적 아버지, 가족, 학교, 정책 결정자에 이르기까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공범이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명실공히 필수의료로 꼽힌다. 정부는 안전한 분만을 표방하며 분만 인프라와 모성보호를 주창하고 분만 병원을 늘리기 위해 연간 백수십 억원을 쏟아붓지만, 분만을 하지 않을 선택지는 제공할 생각이 없다. 임신 이후 삶의 대책은 알아서들 하라는 태도다.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全人的) 결정이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여성은 전인적 결정과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