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교육 기업 윤선생이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 6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어린이날 선물 구입 예상 비용은 평균 9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평균 4만9000원과 비교하면 10년 새 약 1.9배 오른 수준이다. 응답자의 96.0%는 올해 어린이날 선물을 줄 계획이라고 답했다.

어린이날 선물이 ‘놀이’ 중심에서 ‘실용’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과거 어린이날 선물은 장난감, 인형, 게임기처럼 아이가 즉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품목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옷, 신발, 가방처럼 일상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물건을 선물하려는 부모가 많아졌다.
선물 선택 기준에서도 이런 흐름이 드러난다. 응답자들은 어린이날 선물을 고를 때 아이의 선호도뿐 아니라 아이에게 꼭 필요한 물건인지, 가정 형편에 맞는 가격대인지도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상황에서 선물의 의미가 ‘기념일 소비’에만 머물지 않고, 생활비와 양육비의 일부로 흡수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이 결과는 ‘주식’만 따로 집계한 수치가 아니라 현금과 주식을 묶은 금융자산 항목이다. 그럼에도 어린이날 선물 목록에서 금융자산이 게임기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단순한 소비 경험뿐 아니라 돈의 개념, 저축과 투자 경험을 함께 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실제 미성년 자녀 명의 증권계좌 개설도 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개설된 미성년자 계좌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2% 증가했다. 미성년자 계좌의 국내 주식 투자 경험 비중은 약 52%, 해외 주식은 약 17%로 나타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P500 추종 ETF 등 대형주와 지수형 상품이 주요 거래 대상에 포함됐다.
부모가 자녀 명의 계좌를 만드는 문턱이 낮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부터 부모가 법정대리인 자격으로 은행·증권사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비대면 방식으로 미성년 자녀 명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부모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지출이라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응답자의 67.2%는 부모 외에 조부모나 친인척 등으로부터 어린이날 선물 또는 구입 비용을 지원받을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아이 한 명을 위해 부모, 조부모, 친인척의 지갑이 함께 열리는 이른바 ‘텐 포켓’ 현상이 어린이날 선물 시장에서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어린이날 선물의 변화는 단순히 인기 품목이 바뀐 문제가 아니다. 장난감 대신 의류·잡화가 1위에 오르고, 현금·주식 등 금융자산이 게임기보다 높은 응답률을 기록한 것은 부모들의 소비 기준이 달라졌다는 신호다. 아이가 당장 좋아하는 선물에서 오래 쓰는 선물로, 다시 미래를 준비하는 선물로 어린이날 소비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고물가와 저출생, 조기 경제교육 열풍이 겹치면서 어린이날 선물은 더 이상 하루짜리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있다. 올해 어린이날 풍경은 장난감 매장 앞보다 증권계좌와 자녀 명의 통장 앞에서 더 뚜렷하게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