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원에서 서로를 돌보는 동성 짝을 이룬 동물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온 ‘정상’의 기준이 얼마나 좁은지 돌아보게 된다. 자연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이 책은 이 같은 시선을 통해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틀을 다시 묻는다. 아르메니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한 생물학자는 개인적 상처와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학문의 길에 들어섰다. 연구를 이어가던 그는 자연 세계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인간 사회가 만든 경계와 규칙이 얼마나 인위적인지 깨닫게 된다. 책은 자연을 인간과 분리된 영역으로 보는 관점을 재검토한다. 진화의 흐름 속에서 인간 역시 다른 생명과 얽혀 형성된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다양한 생물의 사례를 통해 생명은 단일한 기준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러 성을 지닌 존재나 복합적인 관계를 맺는 동물들을 사례를 통해 섹슈얼리티의 다양성에 관해 질문하는 책.

식탁에서 가볍게 시작한 정치 이야기가 순식간에 언성을 높이는 싸움으로 번지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서로를 잘 아는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순간, 감정은 쉽게 격해진다. 도덕심리학자 커트 그레이는 신간에서 인간의 분노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추적한다. 그에 따르면, 사람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누군가 해를 입는다’는 감각을 먼저 포착하고 감정을 움직인다. 문제는 그 위험을 바라보는 기준이 각자 다르다는 점이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전혀 다른 분노가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의 경험과 신념이 판단의 출발점을 바꾸면서 서로 다른 ‘피해자’를 상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상대는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경계해야 할 존재로 인식되기 쉽다. 저자는 인간이 본래 공격적 존재라는 통념이나 사실만 제시하면 갈등이 해소된다는 기대에도 의문을 던진다. 오히려 감정이 먼저 형성된 뒤 논리가 따라붙는 구조를 짚으면서 데이터만으로는 갈등을 풀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밤하늘을 보며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려본 적 있다면, 그 답을 찾으려는 과학자들의 여정이 궁금해질 법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파헤치기 위한 실험과 도전이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됐다. 이번 책은 20세기 초 원자 구조를 밝히려는 시도에서 출발해 현대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의 흐름까지 한눈에 짚는다. 어니스트 러더퍼드의 실험에서 시작된 탐구는 ‘쿼크’ 개념을 제시한 머리 겔만, 그리고 질량의 기원을 설명한 피터 힉스의 이론으로 이어지며 점차 확장된다. 특히 스위스 유럽핵입자연구소 CERN의 거대 실험 장비를 통해 새로운 입자의 존재가 확인된 순간은 과학사의 중요한 장면으로 그려진다. 수십 년 전 제기된 가설이 실제로 입증되는 과정은 연구의 집요함을 보여준다. 과학의 최전선에서 이어지는 질문들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