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일할수록 더 받는다? 일자리부터 주세요 [이슈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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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 (챗GPT AI 기반 편집 이미지)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에게 ‘공정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취업 시장에 새로운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단기 계약만 일삼는 일명 ‘쪼개기 계약’이 금지되는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면 ‘채용’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냐는 물음이죠.

먼저 현실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는 약 14만6000명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인 약 7만3000명이 1년 미만 계약직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공부문조차 단기 계약이 예외가 아니라 구조였다는 의미입니다.

임금 구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간제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월 289만원 수준이지만, 1년 미만 계약자는 약 280만원으로 더 낮았습니다. 계약 기간이 짧을수록 고용은 불안정하고, 보상은 낮은 구조가 고착화돼 있었던 셈입니다.

이 지점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른바 ‘11개월 계약’입니다. 퇴직금은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계약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설정하면 해당 비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가 반복되면서 계약을 이어가되 1년을 넘기지 않는 방식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죠. 흔히 말하는 ‘쪼개기 계약’입니다.

불안정한 만큼 더 많이 받는다

▲2027년 공정수당 지급표. (사진제공=고용노동부)
정부는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공정수당’을 도입했습니다. 1년 미만 계약직에게도 일정 비율의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눈에 띄는 점은 보상 방식입니다. 근무 기간이 짧을수록 보상지급률을 더 높게 설정했습니다. 1~2개월 근무자는 10%, 11~12개월 근무자는 8.5%를 적용받습니다.

이 설계에는 분명한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더 보상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그동안 임금이 근속 기간 중심으로 결정됐다면, 이제는 고용 안정성이라는 요소가 함께 반영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최저임금의 118% 수준인 ‘적정임금’을 도입합니다.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임금 기준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입니다. 또한 퇴직금 회피를 위한 계약을 막기 위해 1년 미만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전 심사를 거치도록 했습니다. 단기 계약을 구조적으로 줄이겠다는 접근입니다.

더 주면, 덜 뽑는다?

▲기업의 고민. (사진=챗GPT AI 생성)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처우가 좋아지는 정책이라면 환영받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왜 취업 준비생들은 이러한 변화에도 불안을 이야기할까요.

핵심은 비용입니다. 이 정책은 노동자에게는 보상 확대지만, 고용을 하는 기관과 기업에는 인건비 증가로 이어집니다. 단기 계약직을 채용하더라도 공정수당을 지급해야 하고, 적정임금 기준도 맞춰야 합니다. 이전보다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이 상황에서 선택지는 제한적입니다. 단기 채용을 줄이거나, 장기 고용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채용 자체를 축소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여기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더 주면, 덜 뽑는 것 아니냐는 우려입니다. 정책의 의도와 시장의 반응이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죠.

‘경력’ 쌓으라고 할 땐 언제고

▲취준생의 고민. (챗GPT AI 기반 편집 이미지)
취업 준비생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그동안 단기 계약직과 인턴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통로 역할을 해왔습니다. 경력이 없는 상태에서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입구’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기 고용 비용이 상승하면 이 입구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잠깐 활용할 인력을 위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채용 자체를 줄이려는 유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체험형 인턴이나 단기 계약직, 공공기관 보조 인력 등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았던 영역이 먼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취업 준비생들은 정책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좋은 취지라는 건 알겠지만, 들어갈 자리가 줄어드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는 겁니다.

고용의 ‘양’ 보다는 ‘질’

다만 변화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정부는 이번 정책이 단기 계약 관행을 줄이고 상시 업무를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고용의 질을 끌어올리는 방향입니다.

이는 기존의 ‘많이 뽑고 빨리 내보내는 구조’에서 ‘적게 뽑고 오래 유지하는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고용 방식 자체가 바뀌는 셈입니다. 단기 일자리의 양은 줄어들 수 있지만, 대신 안정적인 일자리 비중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하나로 모입니다. 양이냐, 질이냐의 문제입니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대신 불안정하게 둘 것인지, 아니면 수를 줄이더라도 안정성을 높일 것인지에 대한 선택입니다.

취준생도 전략 바뀌어야 할 때

▲취업준비생. (사진=챗GPT AI 생성)
이 변화는 취업 준비 방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과거에는 단기 경험을 쌓으면서 점차 경력을 확장하는 전략이 유효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기 경험을 여러 개 쌓는 것보다 하나의 직무를 중심으로 깊이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기업과 기관이 비용 부담을 고려해 보다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디든 들어가는 것보다, 어디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전략이 필요해졌습니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임금 인상이나 수당 확대에 그치지 않습니다. 고용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입니다.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변화가 민간으로 확산될 경우 노동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그 결과가 더 안정적인 일자리 확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취업 문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타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정책의 의도와 시장의 반응 사이에는 항상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뽑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뽑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취업 시장은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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