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금지가 '정의'인가…"'성장 사다리' 걷어차는 획일적 금지 경계해야"[중복상장 금지, 약일까?독일까?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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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생성) (이미지=구글 노트북 LM)

정부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가 자칫 기업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획일적인 상장 금지는 미래 먹거리 투자를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 창구를 봉쇄해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카드를 꺼내 들면서 기업 기획팀과 자문사 실무자들 사이에서 자금 조달 옵션 축소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과거 IPO는 기업의 기본적 회수(Exit) 수단이자 도약의 발판이었으나, 이제는 주주 보호와 이사회 독립성을 완벽히 입증해야만 검토 가능한 극소수의 옵션으로 변모했다.

실제 IPO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한 성공 사례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과거 중복상장 논란 속에서도 IPO를 강행해 12조7500억원 규모의 공모 자금을 유치했다. 그 결과 차입금 비율을 대폭 낮추고 북미·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대한 대규모 신규 투자를 단행하며 세계적인 배터리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만약 당시 중복상장이라는 이유만으로 IPO가 막혔다면, 현재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외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 케이뱅크, HD현대마린솔루션, 포스코DX 등도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대표 사례다.

주요 그룹사들의 상장 계열사 현황을 봐도 중복상장은 기업 성장의 필수적인 경로였다는것을 알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상장 계열사 수는 SK그룹이 21개로 가장 많고, 삼성그룹 17개, LG·한화·현대차그룹이 각각 12개, 롯데그룹 11개 순이다. 이들 상장사 대부분은 국내 증시 상위권에 머물며 대규모 생산능력 증설과 해외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이를 인위적으로 제한할 경우 신사업 추진을 위한 별도 투자 유치 필요성이 커진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배터리, 바이오, 플랫폼 등 막대한 장치 산업이나 연구개발(R&D) 자금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IPO가 핵심적인 자금 조달 포인트다. 물론 상장 외에도 사모채권, 교환채권(EB), 전환사채(CB) 등 다양한 금융 수단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단은 상장 공모 자금과 비교해 조달 비용 부담이 크고 규모 면에서도 한계가 뚜렷하다. 지분을 활용한 자금 조달 방식은 자칫 경영권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다. 결국 IPO가 막힌 상황에서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자산운용사 등 비은행권 기관으로부터 대출이나 지분 투자 형식으로 자금을 조달에만 의존하는 것은 기업에 높은 금융 비용을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의 불명확한 판단 기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가 상장하면 모두 중복상장으로 볼 것인지, 혹은 물적 분할된 경우에만 해당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수합병(M&A)을 통해 편입된 기업이나 신설법인을 상장하는 사례까지 무차별적인 여론의 비판을 받는 실정이다.

전문가는 일괄적인 중복상장 금지가 기업의 사업 확대와 미래 대비 경영 전략 수립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회사가 지주사 역할에 집중하면서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는 자회사를 상장하면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지 않다"며 "무조건적인 중복상장 제재는 기업의 사업 동력 약화로 이어져 되레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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