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소송에 하청노조 교섭까지…숨 막히는 경제계 [위기의 기업, 길 잃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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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 불확실성 확대

“성과급도 임금” 잇단 퇴직금 소송
기업마다 성과급 산정 기준 달라

대법원 판례 일괄 적용되지 않아
최종심 전까지는 결과 예측 불허
노봉법 시행에 교섭 부담도 커져

▲(사진 = AI 생성) (챗 GPT 이미지)

최근 변호사들이 소액 건들을 모아 일단 ‘걸고 보자’ 식으로 소송을 거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회사를 상대로 한 여러 소송들이 남발되면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고, 리스크 매니지먼트(RM) 비용 지출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영 성과급을 임금으로 인정해 미지급 퇴직금을 돌려달라는 퇴직자 소송이 잇따르자,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인사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을 이같이 토로했다.

3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퇴직금 반환 줄소송에 하청 노동자 권익 보호와 원청 책임을 강화한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 2‧3조,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 등까지 겹치며 기업이 직면한 사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은 소송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분쟁 대응 비용 상승과 함께 경영상 불확실성 리스크를 떠안게 될 수 있다.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기업의 사전 대응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소송 대응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료, 행정 비용 등 직접적인 경제적 손해를 입을 뿐 아니라 패소할 경우 상당한 규모의 퇴직금 및 각종 수당을 소급 지급해야 하는 실정이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성과급 산정 기준이 회사마다 제각각이라 대법원 판례가 개별 기업에 일괄 적용되지 않는다”며 “임금성이 인정된 판례에 비춰 봤을 때 우리 성과급 역시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산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대법원 판례상 임금성 인정 여부가 케이스별로 다르다 보니 실제 소송 과정에서 상세한 내용을 다퉈보기 전까지는 결론을 전망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게다가 하급심 단계에서 분쟁이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 상고심까지 이어지다 최종 판결이 뒤집히는 사례마저 적지 않다. ‘현대해상 경영 성과급 소송’을 맡은 1·2심 재판부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 성질을 가진다”며 임금성을 인정했지만 상고심으로 끌고 가자 대법원이 하급심 판단을 전부 뒤집었다.

▲주요 기업 성과급 소송 결과 요약. (그래픽 = 신미영 기자 win8226@)

2018년 공공기관 경영 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한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사기업에서도 성과급 소송이 시작됐다. 법원은 ‘성과급이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된 금품인지, 아울러 내부 규칙 등에 따라 회사의 지급 의무가 법적으로 인정되는지 등이 임금성을 인정하는 주요 근거’라며 일관된 법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상은 회사별로 다른 결론을 내놓고 있다.

올해 1월 대법원은 삼성전자 퇴직금 소송에서 '목표 인센티브'와 '성과 인센티브' 중 목표 인센티브에 대해 임금성을 인정했다. 목표 인센티브는 취업규칙에 지급 기준이 미리 정해져 있고, 그 지급 기준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됐으므로 삼성전자에 지급 의무가 지워져 있다고 봤다.

반면 2월에 있었던 SK하이닉스와 지난달 한화오션 재판에서는 경영 성과급의 임금성을 부정했다.

대법원은 SK하이닉스의 취업규칙이나 급여규정 등에 경영 성과급에 관한 규정이 없고, 연도별 노사 합의로 지급 기준이 정해져 왔을 뿐 회사가 성과급을 계속 지급해야 할 법적 의무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의 경영 성과급 역시 근로 제공과 직접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시스)

노란봉투법 시행 등 제도 변화에 대한 우려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대해 “우스갯소리로 1년 내내 교섭만 하게 생겼다는 말이 나온다”면서 “경영단체들도 목소리를 잘 내고 있지 못하는 상황인데 기업은 오죽하겠냐”고 한탄했다.

법조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기업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 변호사는 성과급 소송의 불확실성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 변호사는 “하급심과 상고심에서 다른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 선고 자체에 관해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결국 기업이 패소하면 소급해서 줘야 할 임금의 지급 여부 및 규모를 선제적으로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 자문 변호사는 “기업들은 성과급 가운데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는 부분과 임금성이 인정되지 않을 부분을 정리해 소송에 대비해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노란봉투법 관련 사기업의 법률자문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며 “주로 기업들이 대비해야 하는 솔루션은 물론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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