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특정 기업의 주가 변동이 심의 생략 사유 될 수 없어”
제재 타당성도 의문 제기⋯금융위 “항소심에서 다툴 예정”

8년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재감리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증시 불안 해소’를 이유로 필수 절차인 감리위원회 심의를 건너뛰고 징계를 강행한 것은 정당성을 결여한 절차적 하자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당시 명분으로 내세운 시장 안정을 법원은 법정 예외 사유인 ‘긴급한 처리’로 인정하지 않았다.
2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최근 삼정회계법인이 제기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김국현 부장판사)는 삼정회계법인이 증선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과징금과 징계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2015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며 회계 처리 방식을 바꾼 것이 발단이 됐다. 금융당국은 2018년 재감리를 통해 삼성바이오가 고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짓고, 외부 감사를 맡았던 삼정회계법인에도 중징계를 내렸다.
쟁점은 징계 전 단계인 감리위 심의를 생략한 절차적 적법성 여부였다. 감리위는 금융감독원의 감리 결과를 사전에 검토해 제재 수위를 조정하는 필수 절차다. 당시 증선위원장은 김용범 현 대통령실 정책실장이었다. 그는 “시장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규정을 근거로 감리위 심의를 생략하고 안건을 증선위에 직권 상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릴 정도로 복잡한 사안인 만큼 감리위 심의를 거쳐야 하는 실질적 필요성이 있었고, 심의를 생략할 만한 긴급한 사안이 없었다고 못 박았다.
특히 ‘기업의 주가 변동’이 감리위 심의를 생략할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증시 불안을 이유로 절차 생략이 불가피했다는 금융 당국의 논리를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오히려 금감원이 2018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언론에 공개해 시장 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제재 내용의 실체적 정당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재판부는 금융당국이 일부 요소만으로 분식회계를 단정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았다. 이는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회계 부정 의혹 사건에서 무죄를 확정한 대법원 판단과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금융위는 항소심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다시 다툰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1차 처분 당시 충분한 논의가 있었고 주가 변동성이 컸던 만큼 신속한 결론이 불가피했다”며 “항소심에서 관련 내용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