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 엇갈린 ‘사용자성’·조합원 수는 ‘불투명’ [건설현장 흔드는 노란봉투법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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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성 판단, 같은 사안도 ‘인용·기각’ 엇갈려
조합원 수 ‘수천명~1만명대’⋯제시 인원 불명확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건설현장의 혼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3월 10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원청과 하청 노동조합 간 직접 교섭을 허용한 것이 핵심으로,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안전조치 등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사용자성이 인정돼 교섭 의무가 발생하는 구조다.

문제는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둘러싼 판단이 지역별로 엇갈리는 데다, 교섭 요건의 핵심인 조합원 수조차 불투명해 기준 설정이 어려운 점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가운데 교섭 요구가 잇따르며 현장 혼란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이 극동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을 인용했다. 타워크레인을 임차해 사용하는 건설사에도 노조와의 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불과 열흘 전 중흥건설·중흥토건을 상대로 제기된 같은 취지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보다 앞서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9일 포스코이앤씨를 상대로 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여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역시 최근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가 SK에코플랜트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은 기각했지만, 원청의 사용자성 자체는 인정했다.

이 같은 판정 혼선은 건설업 특유의 계약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타워크레인의 경우 원청은 통상 임대차 계약만 체결하고 조종사는 임대업체 소속으로 고용된다. 임금과 근로조건을 직접 결정하지 않는 구조인 만큼 사용자성 판단에 해석의 차이가 생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판단이 나올 때마다 노조의 움직임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 중 97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타워크레인·플랜트·운송 분야 노조까지 가세하며 교섭 요구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었다. 이후 한 차례 기각 결정이 나오자 일부 노조는 신청을 취하했으나, 최근 인용 사례가 나오자 재신청에 나설 움직임도 감지된다.

사용자성과 함께 건설업계에서는 교섭의 기본이 되는 ‘조합원 수’ 역시 불명확하다고 지적한다. 노조가 조합원 규모를 ‘수천 명’ 또는 ‘1만9000명 이상’ 등 추정치로 제시하는 사례가 대다수여서다. 조합원 수는 과반수대표노조 결정과 쟁의행위 찬반투표의 기준이 되는 핵심 요소인 만큼, 정확한 수치가 제시되지 않으면 분쟁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제도 시행을 두고 혼란이 지속하면서 세부 기준 마련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고용노동부도 조합원 현황을 별도로 파악하지 못해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법상 교섭 창구는 본사로 규정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지역노조가 현장소장에게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교섭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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