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경 회장 “투자자들 의사결정 구조를 리스크 지표로 봐” 제도적 강제성 주문

금융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성 리더십 확대를 더 이상 권고 수준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국회와 금융권에서 나왔다. 특히 여성 임원 비율과 임금 격차, 승진 구조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내이사·임원 후보군 단계부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는 여성금융인네트워크 주관으로 ‘금융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리더십 다양성 정책 논의’ 국회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김승원 의원실과 이수진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으며 국회 관계자와 금융기관 임원, 여성금융인네트워크 회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농협은행, SC제일은행, IBK증권, SK증권, KB증권, 수출입은행, 토스뱅크, 신용회복위원회, 사학연금 등 여성 금융인들이 자리했다. 사회는 박현주 현대모비스 독립이사가 맡았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영사에서 “금융 현장에서 여성들이 쌓아온 성과와 역량이 어떤 벽도 없이 중요한 의사결정의 중심까지 이어지도록 그 길을 여는 자리”라며 “고용평등 임금공시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이 상당한 결정권을 가져야 제대로 된 변화를 견뎌낼 수 있다”고도 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축사에서 여성 리더십 확대를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공정하게 기회를 주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주면 여성들도 충분히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간담회부터 시작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기관과 여러 기관에서 여성들이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제도적·정치적 기반을 함께 만들겠다”고 밝혔다.
축사에 나선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금융권의 리더십 다양성이 기업 부담이 아니라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길을 뚫어온 분들”이라며 “여성금융인네트워크를 모범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연대와 실천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두 번째 여성 은행장인 강신숙 전 수협은행장은 “금융산업의 리더십 다양성은 더 이상 자율에만 맡겨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회와 정책 당국이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지 않는다면 한국 금융산업은 글로벌 기준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 번째, 네 번째 여성 은행장을 오래 기다려야 하는 구조라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여성 리더십 확대가 단순한 대표성 문제가 아니라 금융사의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글로벌 투자자 신뢰와 직결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강조됐다. 참석자들은 향후 관련 법안과 공시 제도, 인사·승진 관행 개선이 뒤따라야 금융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도 가능하다는 데 공감했다.
기조발제에 나선 김상경 여성금융인네트워크 회장은 여성 리더십 문제를 공정성 차원을 넘어 금융산업의 리스크 관리와 글로벌 경쟁력의 문제로 규정했다. 김 회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은 더 이상 재무제표만 보지 않는다”며 “경영진의 다양성과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리스크 지표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방향을 제시하고 성평등가족부는 데이터와 공시 등 실행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발제에서 금융권의 여성 직원 비율은 50%를 넘지만 여성 임원 비율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2년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여성 사외이사는 늘었지만 사내이사 확대는 제한적이었다며 이를 “표면적 확대”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금융권은 일반 제조업보다 여성 인력 비중이 훨씬 높음에도 여성 리더십은 더 낙후돼 있다”며 “중간관리자 공시 의무화, 임금 공시, 사내이사 여성 할당, 임원 후보군 내 여성 포함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발제한 이형미 SC제일은행 부행장은 스탠다드차타드의 글로벌 사례를 소개하며 데이터 공시와 목표 설정, 책임자 지정, 보상 연계가 실제 변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부행장은 “글로벌에서는 다양성과 포용성이 배려의 차원이 아니라 전략 실행과 생존의 문제”라며 “시니어 리더 채용 시 여성 후보를 반드시 포함하고, 여성 인재가 누수되는 시점을 파악해 맞춤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란 전 KB국민은행 상무는 금융권 종사자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현장의 구조적 장벽을 짚었다. 그는 “여성 리더십이 부족해서 승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반에 내재된 장벽이 작동하고 있다”며 “일·가정 양립 부담, 남성 중심 조직문화, 유리벽, 멘토링과 인맥 기회의 부족이 주요 장애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연스러운 변화를 기다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제도적 강제화와 핵심 직무 경험 확대, 공정한 평가체계, 여성 육성 프로그램 강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