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축산업은 왜 외부 충격에 흔들리나 [외풍 취약한 밥상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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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충격, 농가 생산비부터 건드리는 구조
재고ㆍ선계약으로 버틸 뿐…수입 의존도 낮춰야

▲(사진=AI 생성)

중동 정세가 불안할 때마다 우리나라 농축산업이 흔들리는 것은 비료와 사료, 농업용 비닐, 유류처럼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자재가 해외 공급망에 깊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료는 요소ㆍ천연가스, 사료는 국제 곡물ㆍ환율, 비닐은 석유화학 원료, 유류는 국제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품목은 달라도 외부 충격이 파고드는 경로가 다르지 않다. ’외풍’에 가장 먼저 농가 생산비가 자극받고, 그 부담이 밥상물가로 번지는 취약한 구조에 농축산업이 갇혀있는 셈이다.

비료가 대표적이다. 비료 원료인 요소와 천연가스 가격, 해상 운송 여건이 흔들리면 국내 비료 가격과 수급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완제품 재고와 보유 원료를 바탕으로 7월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충격을 흡수했다기보다 확보해 둔 물량으로 시간을 벌고 있는 성격이 강하다.

사료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동산 사료를 직접 들여오지는 않지만 옥수수와 대두박 등 국제 곡물 가격, 환율, 운임 변동이 순차적으로 반영되며 가격 압력이 커진다. 축산농가는 생산비에서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원가 상승이 시작되면 그 부담을 가장 오래 떠안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업체들이 8월 초까지 사용할 물량을 미리 계약해 둔 상태지만 신규 계약이 본격화하는 다음 달부터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설원예 농가가 맞닥뜨린 현실도 다르지 않다. 농업용 비닐은 폴리에틸렌(PE) 같은 석유화학 원료 가격에 영향을 받고, 난방용 유류는 국제유가 변동에 직접 노출돼 있다. 결국 시설채소·과채 농가는 자재비와 에너지비가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를 안고 있는 셈이다. 실제 현장에선 일부 민간 판매업소와 지역농협 자재센터를 중심으로 농업용 필름 가격 인상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품목별로 비용 민감 항목은 달라도 공통된 취약고리는 분명하다. 벼나 채소, 과수, 축산처럼 생산 현장은 달라도 핵심 투입재 상당수가 해외 원료와 수입선에 기대고 있어 외부에서 충격이 발생하면 생산비가 먼저 흔들린다. 농산물 가격보다 생산비가 먼저 자극받고, 그 부담이 일정 기간 농가에 쌓인 후 시차를 두고 소비자 가격으로 번지는 구조가 한국 농업의 취약한 지점이라는 얘기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더 큰 문제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료는 재고와 원료 확보, 사료는 기존 계약, 비닐은 공급 조정과 가격 인상 자제 등으로 단기 충격을 버티고 있다. 시장이 안정적이어서가 아니라 재고와 선계약, 행정 대응이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 농축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김태후 농촌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국제 곡물은 중동과 큰 상관은 없지만, 해상운임과 환율 영향으로 비용이 높아지는 것이지 수급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결국 지금 문제는 물건이 아예 없는 것보다 비용이 계속 높아지는 구조에 더 가깝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입 의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외부 충격은 언제든 같은 경로를 통해 농업 생산비를 흔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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