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프로세스 방식·시간 차이 커
美신고서, 방산기밀 숨길까 우려
국내 상장 투명성 원칙 저해

금융당국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공모가 가능한지 법률 검토에 나섰지만,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스페이스X 공모 일정에 맞게 규제 장벽을 해소하고 미국 IPO 제도와의 정합성을 끌어내지 않으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공모에 참여할 기회를 사실상 읽게 되는 셈이다.
12일 IB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제출한 상장 신고서(S-1)를 이르면 4월 말이나 다음 달 초에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6월 초 로드쇼(투자설명회 및 투자자 모집)를 거쳐 상반기 내 상장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 1일 S-1 신고서를 비공개로 접수했다. 신고서 공개가 이뤄져야 미래에셋증권도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단계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스페이스X 국내 공모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하려면 자본시장법 제119조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발행 주체가 해외 기업이라도 국내 투자자가 공모 대상이라면 동일하게 적용된다. 문제는 자본시장법 제120조가 정한 ‘효력 발생 기간’이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후 최소 15영업일이 지나야 신고서 효력이 발생하고, 그 이후에야 공모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스페이스X의 상장 목표 시점이 6월인 점을 고려하면, 공개 S-1이 4월 말~5월 초에 나온다 해도 한국 신고서 효력 발생 기간을 물리적으로 맞추기가 쉽지 않다.
증권신고서 양식도 문제다. 국내 증권신고서에는 한국어로 작성된 재무제표, 사업현황, 위험요소 등이 포함돼야 한다. 스페이스X가 SEC에 제출하는 미국 양식의 S-1과 체계가 달라, 두 나라의 공시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서류를 단기간에 만들어내야 한다. 특히 국내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공모주를 판매하려면 투명하고 충분한 정보 공시와 투자 위험 고지가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스페이스X의 S-1에는 방위산업 계약 관련 기밀 섹션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투자자에게 완전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원칙과 다소 배치된다.
IPO 절차도 다르다. 미국 IPO는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수요예측(Book Building)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고 물량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로드쇼와 수요예측이 사실상 동시에 진행되는 방식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받을 경우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 후 수요예측 → 청약(공모가 결정) → 청약 배정 → 납입 순서를 밟아야 한다. 양국의 공모 절차를 시간 축에서 동기화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미국과 국내 동시 공모를 시도하는 첫 사례라 쉽지 않은 측면이 많다”고 토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공모 절차 진행이 어려워지면 기관투자에만 물량을 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에서 물량 소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배정 물량이 구체적으로 확정되면 금융 당국 등과 본격적인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에 참여하지 못한 투자자는 결국 상장 이후 시장에서 유통주식을 사야 한다”면서 “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국내 개인 투자자의 미국 공모주 참여 길이 열리면 앞으로 오픈AI, 엔스로픽 등 글로벌 대표 기업 상장 과정에서도 국내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싼값에 공모 참여 기회를 얻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