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서 산업으로 자본 이동 강조
AI 전환 가속…디지털 금융 주도권 확보
내부통제 강화로 신뢰 기반 성장 추진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나라를 위한 은행’이라는 창업 철학을 다시 꺼내 들었다. 자본을 산업으로 연결하는 ‘생산적 금융’을 통해 성장의 방향 자체를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연임 이후 본격화된 2기 경영은 실적을 넘어 금융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진 회장은 9일 주주들에게 서신을 보내 “신한만의 지속 가능한 서사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서신에는 창업 정신을 계승해 생산적 금융과 내부통제, 글로벌 확장을 통해 그룹의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앞서 신한금융은 제25기 정기 주주총회와 임시 이사회를 통해 진 회장의 연임을 확정하며 2기 경영에 돌입했다. 당시 진 회장은 “혁신 기업의 성장 파트너로서 생산적 금융을 강화하겠다”며 금융의 역할을 산업 성장 지원으로 확장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실적은 이미 기반을 다졌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97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증가했고, 글로벌 세전이익은 국내 금융사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다. 주당 배당금은 2590원으로 확대됐으며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50.2%를 기록했다. 자본준비금 약 9조90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등 주주환원 지속성을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지배구조 역시 손봤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인원을 늘리고 전자주주총회 도입 근거도 마련하는 등 주주 중심 경영 체계를 강화했다.
이 같은 기반 위에서 진 회장은 주주서신을 통해 ‘다음 단계’를 제시했다. 그는 스페인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대중의 반역’을 인용하며 현재 성과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미 확보한 이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판단이다.
핵심은 생산적 금융이다. 진 회장은 미·중 경쟁과 보호무역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금융이 단순 자금 공급을 넘어 산업 성장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산 흐름이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전환 국면에서 기업금융이 핵심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가계·부동산 중심에서 기업·산업 중심으로 금융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겠다는 전략적 전환으로 읽힌다.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은 이를 뒷받침하는 실행 수단이다. 신한금융은 생성형 AI 경진대회와 AI전환(AX) 전담 조직을 통해 ‘AI 네이티브 컴퍼니’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산업과 자본을 연결하는 금융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내부통제 역시 강조됐다. 지주와 은행에 도입된 책무구조도를 증권, 라이프, 자산운용 등 전 계열사로 확대하고 이를 평가와 보상 체계에 반영해 조직 전반에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의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자본이 장기적으로 산업에 연결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이사회 중심의 ‘밸류업 2.0’ 전략도 준비 중이다. 기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성과를 점검하고 투자자 의견을 반영해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진 회장은 “창업 당시 ‘나라를 위한 은행’이라는 철학을 생산적 금융과 내부통제, 글로벌 도전으로 구체화해 나가겠다”며 “금융의 본질적 역할을 다시 세워가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