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AI 수요 ‘이중 충격’...글로벌 전자산업, ‘원가 쇼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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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에너지·물류비 동반 상승
반도체·부품업체 줄줄이 가격 인상
“PC 가격 25~30% 인상 불가피”

▲중국 광둥성 둥관의 한 공장에서 직원이 인쇄회로기판(PCB)을 작업하고 있다. (둥관(중국)/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전쟁과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이 겹치면서 전자산업 공급망 전반에서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유럽 칩 개발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고객 서한에서 재료비 상승과 에너지·운송 비용 증가, 칩 제조·패키징 업체의 생산 용량 확보를 위한 추가 비용 등을 이유로 이달부터 가격 조정을 시작하겠다고 알렸다.

일본 전자부품 업체인 무라타제작사 역시 은과 같은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인해 이달부터 여러 제품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고객들에게 알렸다. 인상 품목에는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에 전자파 간섭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인덕터와 공통 모드 초크 등이 포함됐다.

생산 능력 기준 세계 최대 동박적층판(CCL) 공급사인 중국 킹보드라미네이트그룹은 최근 이란 전쟁 발발에 따른 석유화학 제품 비용 급증을 이유로 자재비와 가공비를 각각 10%씩 즉각 인상한다고 고객들에 통보했다.

일련의 사안은 지정학적 분쟁과 생산 제약, AI 붐으로 인해 공급망 네트워크 전반에 번진 인플레이션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 협회인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3000여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70%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조달 비용 상승을 올해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35% 이상은 ‘자재와 비품의 리드 타임(주문부터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 연장 또한 우려 사항으로 지목했다.

특히 중동 긴장으로 인한 물류비 급증은 상황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 UPS 같은 운송 기업들은 2월 말 이후 여러 차례 요금을 인상했다. 물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구리와 알루미늄 등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주요 금속은 수년 만에 최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소비자에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일례로 세계 5위 PC 제조사인 에이수스의 최신 AI PC인 ‘젠북 A14’ 출시가는 6만3999대만달러(약 301만원)로 책정됐는데 이는 약 4만 대만달러 수준이었던 이전 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가격이다.

조세 리아오 에이수스 시스템 사업부 총괄 매니저는 “2분기에는 새 모델 가격을 25~30% 인상할 것”이라며 “이는 에이수스뿐 아니라 모든 PC 업계에 해당하는 일이고 누구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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