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 이미 4~5% 올려…한우·닭고기·계란값까지 추가 자극 우려
중동 전쟁의 불똥이 국내 밥상 물가를 다시 흔들 조짐이다. 국제 곡물가격과 해상운임, 환율이 한꺼번에 뛰면서 사료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당장 7월 말까지는 기존 계약 물량으로 버틸 수 있지만, 8월 이후 들여오는 원료부터는 인상 요인이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룟값 상승이 축산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키우고, 결국 한우·돼지고기·닭고기·계란 등 축산물 가격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양계·양돈용 등 축종별 사료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월 ㎏당 597원에서 올해 2월 615원으로 3.0% 상승했다. 최근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가 부담이 커진 영향이 이미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하반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7월 말까지 사용할 물량은 이미 계약이 완료됐지만, 8월 이후 물량은 유가와 환율, 해상운임 상승이 반영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선계약 물량으로 방어가 가능했지만, 이후 도입분부터는 원가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운송비는 이미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료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일본까지 옥수수 선적료는 전쟁 이전 톤당 25달러 수준에서 최근 47달러까지 뛰었다.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오른 셈이다.
원료 가격도 심상치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 기준으로 사료 주원료인 대두박 가격은 2일 현재 톤당 315.2달러로 연초보다 8.3% 상승했다. 옥수수 역시 부셸당 4.52달러로 3.4% 올랐다. 미국의 파종 면적 감소로 수출 여력이 줄어든 데다, 유가 상승으로 옥수수 기반 바이오에탄올 수요까지 커지면서 곡물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사료업계는 곡물가격과 물류비,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삼중 부담’에 직면한 상태다. 업계 안팎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비슷한 흐름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축산물용 배합사료 평균 가격은 전쟁 이전 ㎏당 570원대에서 이후 700원대까지 치솟았다.
현장에서는 이미 인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최근 일부 업체들이 이미 4~5%가량 가격을 인상했고, 다른 업체들도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사료 원료인 옥수수 등 곡물은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환율이 오를 때마다 원가가 크게 뛴다”며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룟값 상승은 결국 축산물 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료비가 축산물 생산비의 40~60%를 차지하는 핵심 비용이기 때문이다. 농가가 높아진 원가를 감당하지 못하면 소비자 가격 인상 압력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축산물 가격은 이미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축산물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2% 상승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일 기준 한우 안심 가격은 100g당 1만4352원으로 1년 전보다 21.8% 올랐고, 돼지고기 앞다릿살은 4.3%, 닭고기는 15.4%, 계란 한 판 가격은 4.0% 각각 상승했다. 동절기 가축전염병에 따른 도축 물량 감소와 출하 지연도 여전히 가격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중동 전쟁이 촉발한 국제 원자재 불안이 사료를 거쳐 국내 축산물 물가까지 흔드는 구조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하반기 사룟값 인상이 본격화하면 먹거리 물가 부담도 한층 커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