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지는 집이 아니다. 가격이 오른다고 사두고, 개발 기대가 붙는다고 묵혀두는 자산이 아니다. 적어도 법의 문장은 그렇다. 농지법은 농지가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돼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 위에 서 있다. 그래서 농업경영에 이용하는 경우가 아니면 농지를 가질 수 없다.
이 원칙이 현실에서 흔들릴 때마다 “전수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문이 따라붙는다. 이번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 불을 붙였다. 이 대통령은 2월 국무회의에서 “귀농·귀촌을 하려고 해도 땅값이 올라 터를 잡기 어렵다”며 부동산 가격 문제를 거론했고, 농지 관련 세제와 규제, 금융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필요하면 인력을 대규모로 조직해 전수조사를 하고 농사를 짓겠다며 사들인 땅을 방치한 경우에는 매각 명령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즉각 검토에 들어갔다. 전수조사 대상으로는 농지의 소유·거래·이용·전용은 물론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 관외 거주자 취득 농지 같은 투기 위험군이 거론됐다. 다만 정부는 구체적인 시기·방식·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목은 ‘전수조사’에 집중돼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수조사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따져보는 일이다.
농지 문제의 핵심은 적발 건수가 아니라 ‘발본색원’에 대한 정부 의지다. 불법 소유와 불법 임대차, 무단 휴경이 확인돼도 결국 처분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전수조사는 명단 정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
법은 이미 그다음 단계를 적어두고 있다.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농지는 처분 의무가 생기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시장·군수·구청장이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다. 처분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매년 1회 부과할 수 있다. 문제는 법 조문이 아니라 집행의 밀도다.
기존 조사 결과도 이를 보여준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농지 이용 실태조사에서 농지 처분명령을 받은 사람은 7722명, 대상 면적은 917ha였다. 전체 필지가 아니라 10% 수준의 조사에서도 이 정도가 나왔다. 느슨한 관리의 대가가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동시에 위반을 찾아내는 것과 위반 상태를 끝내는 것은 다른 과제다.
농식품부가 전수조사 검토의 배경으로 내세우는 것도 결국 관리 체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농지원부를 농지대장으로 바꿔 모든 농지를 필지 기준으로 관리해 왔고,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농지 데이터베이스를 단단히 구축해야 이후에도 농지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데이터베이스가 곧바로 촘촘한 집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행정이 현장에서 부딪히는 건 사람과 이해관계다. 그래서 전수조사의 성패는 중앙정부의 선언보다 지방정부의 실행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조사를 집행하고 처분명령을 부과하는 것도 결국 일선 행정이다. 실경작 여부를 가려내는 일은 서류만으로 끝나기 어렵고 불법 임대차를 손보는 과정에서 현장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처분명령이 내려진 뒤 실제 매각과 원상 회복까지 이어지느냐는 더 어려운 문제다.
결국 농지 전수조사의 진짜 시작은 조사표를 돌리는 날이 아니다. 첫 적발 사례를 발표하는 순간도 아니다. 농지를 투기성 자산이 아니라 생산 공간으로 되돌리는 처분이 실제로 집행되고, 이 과정이 예외와 민원 앞에서 흐려지지 않을 때 비로소 시작이라고 부를 수 있다.
농지 문제는 '누가 얼마나 갖고 있나'에 시선이 쏠린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적발된 농지가 정말 농지로 돌아오느냐는 것이다. 전수조사는 그 질문의 앞문일 뿐이다. 뒷문까지 열지 못하면 농지는 또 한 번 조사만 받고 다시 방치되는 땅으로 남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적발 이후를 끝까지 밀어붙일 행정의 체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