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영상진술 증거능력 인정은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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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4대5 의견…정족수 미달로 합헌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3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 진술을 피고인 측 반대신문 없이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부산고법 울산재판부가 제청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 중 장애인 피해자 관련 부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대 5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위헌 의견이 더 많았지만,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명을 채우지 못하면서 합헌 판단이 내려졌다.

사건의 쟁점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이 담긴 영상물을 피고인의 반대신문 없이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문제가 된 조항은 조사 과정에 동석한 신뢰관계인 등의 진술로 영상물의 진정성이 인정되면,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도 해당 영상을 증거로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A 씨는 2020년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13세 미성년자 위계 등 추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에서 A 씨는 진술이 담긴 영상녹화물에 대해 증거 부동의 의견을 냈지만, 법원은 조사 과정에 동석한 신뢰관계인의 진술 등을 근거로 영상의 성립을 인정해 이를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사용했고 피해자에 대한 별도의 증인신문은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2심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A 씨 측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 (이투데이DB)

합헌 의견(4인)은 해당 규정이 장애인 피해자 보호와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정당한 목적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특히 장애인 피해자가 법정에서 겪을 수 있는 심리적 위축과 2차 피해를 줄이고, 의사소통의 한계로 인한 진술 왜곡 가능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봤다.

또 반대신문권의 본질은 물리적 대면 자체가 아니라 진술의 진실성과 신빙성을 검증할 실질적 기회 보장에 있으며, 영상물에는 표정·말투 등 비언어적 정보까지 포함돼 사후적으로 충분한 검증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필요할 경우 보완적 증인신문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반면 위헌 의견(5인)은 이 조항이 장애인 피해자의 진술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대신문 기회를 일률적으로 배제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봤다. 특히 영상 진술은 수사기관 주도로 형성된 전문증거로 오류 가능성이 있고, 사후 검토만으로는 진술의 미묘한 변화나 상호작용을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 보호를 위한 영상중계신문이나 피고인 퇴정 등 대안적 절차가 있음에도 반대신문권을 전면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이번 결정은 헌재가 2021년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 진술 증거능력을 위헌으로 판단한 이후, 장애인 피해자에 대해서는 다른 결론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헌재 관계자는 “입법자는 2023년 7월 법 개정을 통해 피해자 진술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인정 요건을 전반적으로 강화했으며, 이번 사건은 개정 이전 구법 중 장애인 피해자 부분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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