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투자 프로세스 안에 있어야” 국민연금 수책위 구조개선 필요성 강조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자 한국기업기버넌스포럼 전 회장인 류영재 대표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MBK·영풍에 쓴소리를 했다.
류 대표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려아연 사태가 던진 질문: 거버넌스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제하의 글을 올렸다. 류 대표는 “장기적 관점의 주주자본주의는 기술·인력·조직문화·공급망과 같은 보이지 않는 자산을 보호하고 단기수익 극대화의 유혹으로부터 기업을 지켜내는 작업”이라며 “스스로의 환경·안전 리스크조차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 회사가, 이미 글로벌 1위 경쟁우위를 확보한 회사를 ‘더 잘 경영할 것’이라는 가정은 어떤 경험적·이론적 근거에서 나오는가”라며 사실상 영풍을 직격했다.
그는 장기적 투자와 기술 축적을 통해 글로벌 1위에 오른 기업이 공적 연기금과 사모펀드의 협공 속에서 경영권을 상실하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누가 한국에서 혁신과 모험에 나서겠냐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이 세계 최대 아연·귀금속 제련 기업으로서 44년 연속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해 왔고, 2025년 매출 16조5800억 원, 영업이익 1조23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을 언급하며 “이는 반짝 성과가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공정 효율과 회수율, 제품 포트폴리오, 리스크 관리 역량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반면 영풍에 대해서는 “주력인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인허가 위반 등으로 인한 조업 정지와 산업 사이클 악화가 겹치며 최근 5년간 제련 부문에서 영업적자를 지속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며 “석포제련소는 수질오염·무허가 배관 설치 등으로 58일간 조업 정지 처분을 받았고, 토양오염 정화 의무 미이행 등으로 추가적인 행정 제재도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력은 자본시장에서 영풍의 환경·안전 리스크 관리 능력과 중장기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 조치에 대해서도 “이를 곧바로 기업가치 훼손 이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주주자본주의가 전제로 하는 이사의 선관주의와 경영판단의 원칙을 지나치게 단선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닐까”라며 “적대적 인수가 기술·인력 유출이나 장기 투자 축소, 단기 수익 극대화 압력으로 이어질 우려가 큰 경우 방어는 오히려 중장기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에 대해 류 대표는 “사모펀드는 구조적으로 유한한 투자기간과 높은 목표수익률을 전제로 하므로 투자 후 5~7년 내 엑시트를 염두에 둔 전략을 추구한다”며 “MBK의 경우에도 고려아연 기업가치를 특정 시가총액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이는 일정 시점 이후 매각·재매각을 전제한 셈법”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류 대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결정 구조에 대해서도 개선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현재 국민연금은 기업을 직접 분석하고 투자해 온 기금운용본부가 아니라 외부 인사 중심의 수책위에 중요 안건 판단을 사실상 넘겨놓고 있다”며 “이 같은 구조는 투자 논리와 의결권 행사를 분리시키고 정치·여론·이해집단의 힘겨루기에 따라 판단이 왜곡될 가능성을 키운다”고 언급했다.
류 대표는 “운용본부가 아무리 기업과 대화해도 정작 가장 위력적인 수단인 의결권이 외부에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주주관여는 형식만 남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 성과는 운용본부에, 의결권 결정은 수책위에 분산된 구조에서는 어느 쪽도 실패의 책임을 끝까지 지지 않게 된다”며 “의결권은 투자 프로세스의 밖이 아니라 안에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거버넌스를 지배구조의 투명성이나 형식적 독립성에만 가두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누가 이 회사를 가장 지속 가능하게 성장시키고,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장기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가 답하려면 최소한 재무·실적, 기술·사업모델, 전략·투자, ESG·리스크 관리의 네 축이 함께 평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