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왜 이러나…본질 벗어난 ‘울산 4남매 비극’ 대책

기사 듣기
00:00 / 00:00

복지 사각지대, 신청주의 한계 단편적 접근 매몰⋯"본질은 급여 아닌 사례관리"

▲18일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에서 30대 아버지와 어린 자녀 4명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최근 울산에서 발생한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 사건을 놓고 정부 대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문제 인식이 ‘복지 사각지대’, ‘신청주의 한계’라는 단편적 접근에 매몰된 모습이다.

정부의 문제 인식은 사건 명명에서부터 잘못됐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정은경 장관 주재로 개최한 긴급 점검회의에서 울산 사건을 ‘위기가구 사망사건’이라고 했다. 앞서 복지부가 제정에 참여했던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기준’에 따르면 울산 사건은 친부가 자녀 네 명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이다. 이 원칙은 복지부 요청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복지부 회의 이틀 전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언론이 이 같은 권고기준을 준수하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언론에 준수를 요구한 원칙을 정부가 깬 것이다. 복지부는 단어의 어감을 고려해 가치 중립적 ‘사망’을 사용했다는 입장이지만 이런 완곡한 표현이 사태의 심각성을 가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지혜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아이들의 선택이 아닌데, 단순 사망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책의 방향성도 문제다. 복지부는 다음 주 발표를 목표로 제도 개선·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 중이다. 핵심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주의 개선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른 생계급여 등을 받으려면 당사자가 소득·자산조사를 위한 금융정보 제공 등에 동의하고 급여를 신청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 없이 지방자치단체가 급여를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직권주의를 도입해 울산 사건의 재발을 막겠다는 것은 울산 사건의 원인을 ‘엄격한 신청주의에 따른 사각지대 발생’에서 찾는 단편적인 시각이다.

이번 사건에서 생계급여 미수급은 문제의 일부분이다. 해당 가구는 네 자녀를 둔 일시적 한 부모 가정으로, 보호자의 경제활동과 양육 병행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사회적으로도 고립된 상황이었다. 생계급여를 신청했다면 최대 241만8150원(5인 가구)에서 소득·자산조사 후 산출된 소득인정액이 차감된 급여가 지급됐겠지만 이것만으로 가구가 겪던 복합 위기상황이 해결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본질은 미흡한 사례관리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어머니 수감 후 아버지의 돌봄 부담이 컸을 것이고, 이로 인해 경제활동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여기에 아버지가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보도도 있는데, 이런 복합적인 위기 상황은 생계급여 신청과 같은 단편적인 조치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청주의도 들여다볼 문제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사례관리”라며 “어머니가 수감된 시점에서 양육 환경과 경제 상황, 보호자의 정서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다면 조금 더 실효적인 지원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내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생계비를 100만~200만원 더 준다고 혼자 자녀 네 명을 양육하는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는다”며 “사례관리를 통해 가정 양육이 어렵다고 판단됐다면 단순히 급여를 지급하는 게 아니라 보호자 경제활동 지원, 면접교섭을 전제로 한 자녀 임시보호와 같은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직권주의를 도입하는 것 자체도 논쟁거리다. 신청주의는 복지급여 신청·수급을 신청자의 ‘권리’로 보지만, 직권주의에서는 복지급여 수급이 ‘의무’가 된다. 국민인 수급자가 권리의식 없이 수동적 존재가 된단 이유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도 신청주의를 운영한다. 직권주의를 제한적으로 도입한 국가들도 소득·자산조사가 필요한 복지급여에 직권주의를 적용하지 않는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