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50% 보조금…11kW 1기 최대 240만원
출혈 계약 후 대폭 요금인상에 리베이트 등 의혹 난무
기후부 "무단교체 등 전수조사"…보조금 토큰지급 추진

전기차 보급의 핵심 축인 충전인프라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정부의 고강도 보조금 정책이 있다. 하지만 보조금을 둘러싼 충전사업자 간 출혈 경쟁에 따른 계약 주체와의 리베이트 의혹, 계약 이후 과도한 요금 인상 논란 등이 일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불거지면서 보조금 관리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총 50만8356기로 처음 50만대를 넘어섰다. 2021년(10만6701기)과 비교하면 6년이 채 되지 않아 약 4.8배 증가한 셈이다.
올해 충전인프라 구축 예산은 5458억원으로 2022년(1945억원)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연도별로 2023년 2925억원, 2024년 4315억원, 2025년 6238억원(추가경정예산 반영시 5558억원) 등이다. 이중 기후부 자체 직접구축 예산을 제외한 민간보조 예산은 2022년 1005억원, 2023년 2625억원, 2024년 3715억원, 2025년 4643억원, 올해 4468억원으로 2022년을 제외하면 총 사업예산에서 70~90%의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전기차로부터 배터리 상태 정보를 받아 과충전을 방지할 수 있는 전력선통신(PLC) 모뎀이 장착된 '스마트제어 완속충전기' 지원 예산이 2024년부터 반영된 것이 보조금 총액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부터는 이러한 스마트제어 충전기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기후부는 충전기 설치 업체에 공사비의 50%를 보조한다. 11킬로와트(kW) 이상 완속충전기 1기 기준 최대 240만원(2~5기 220만원·6기 이상 200만원)이다. 충전사업자가 아파트에 11kW 완속충전기 50기를 설치하고 공사비가 2억원(기당 400만원)이라면 산술적으로 1억원의 보조금을 받는 구조다.
기후부는 2030년까지 충전기 123만기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 대비 보급률은 현재 41.3%로 속도를 더욱 내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차 충전기 시장이 커지고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자 부작용도 심화하고 있다. 염가 출혈경쟁으로 통상 5~10년의 장기 계약을 따낸 후 충전요금을 계약 초기에 비해 대폭 인상하는 사례가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부 보조금은 공격적인 영업을 위한 충전사업자의 매몰비용이 된다. 영업비·관리비 등 각종 비용 증가에 따른 경영 부담을 사후 요금 인상으로 충당하는 모양새다.
때문에 일부 단지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가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멀쩡한 충전기를 특별한 이유 없이 무단 교체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업체 간 보조금 출혈경쟁이 전기차주 부담으로 귀결되자 비난의 화살은 전기차 보급 주무부처인 기후부에게도 향하고 있다.
이에 기후부는 2023년 이후 아파트에 설치된 충전기 교체 여부·경위, 충전요금 인상 여부·변동 추이 등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관련 리베이트·담합 등 위법 행위에 대한 신고센터도 6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현재 100건 이상의 제보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부 관계자는 "충전기 철거·교체가 법령 위반과 결부된 정황이 확인될 경우 보조사업 목적에 반하는 부당 집행으로 보고 보조금 환수, 사업수행기관 지정 취소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부는 제도 변화와 시장 여건 등을 반영해 보조금 집행 체계를 개편하고 요금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충전기 철거·교체 적정성 평가 방식 고도화, 충전요금 인상 주요인으로 거론되는 충전기 업체 간 과도한 영업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보조금 집행 투명성·효율성 제고를 위해 300억원 규모의 전기차 중속충전기 보조금을 전액 예금토큰으로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예금토큰은 은행 예치금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디지털 토큰으로, 기업 등이 물품·서비스 구매 등에 활용할 수 있다. 6월까지 관련 사업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국고보조금 집행분 25%를 이러한 디지털 화폐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예금토큰은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꼬리표가 붙기 때문에 다른 데 돌려쓸 수 없고 목적에 맞게만 사용할 수 있다"며 "충전기 보조금 지급 과정에 리베이트 등 부정 의혹이 있으니 디지털 화폐 방식으로 시장에 먼저 테스트를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