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없는 충전요금…업체마다 ‘천차만별’ [전기차 충전, 약탈적 생태계]

기사 듣기
00:00 / 00:00

전력 요금·유지보수 비용 등 반영
민간 사업자 자체적 요금 체계

아파트 단지 내 전기차 충전 요금이 ‘기준 없는 고무줄’로 전락했다. 사업자가 원가에 각종 비용을 얹어 단가를 매긴 뒤 정부에 신고만 하면 그만인 ‘자율 책정제’의 허점이 드러나면서다. 인접한 단지라도 충전기마다 요금이 천차만별인 기형적 구조 속에, ‘부르는 게 값’이라는 차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며 인프라 생태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요금은 기본적으로 한국전력에 내는 전력요금에 충전기 설치비 회수 비용, 유지보수 비용, 운영비, 사업자 수익 등을 더해 결정된다. 충전사업자는 보통 충전기를 무료 또는 적은 비용으로 설치한 후 요금 프로모션을 진행하다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을 택한다.

전기차 충전요금은 가입 유형과 사업자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주요 20개 사업자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완속 충전 평균 요금은 약 293원/kWh 수준으로 나타났다. 로밍요금은 약 398원/kWh, 비회원 요금은 446원/kWh대로 가장 비쌌다.

운영 주체에 따라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아파트가 자체 운영할 경우 100~200원대 요금이 가능한 반면,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경우 300원대 요금이 일반적이다. 환경부의 50kW급 공공완속충전기 요금이 324.4원으로 인상되면서 업체들도 이에 맞춰 가격 상한선을 맞추는 추세다.

요금 인상은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예컨대 요금이 295원에서 324.4원으로 오를 경우 아이오닉5 기준 1회 충전 시 약 926원, 월 5회 기준 약 4600원, 연간 약 5만5000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요금 격차는 충전 인프라 시장 구조와도 맞물려 있다. 충전사업자가 100개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요금 정책이 분산됐고, 아파트 충전기는 5~10년 장기 계약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업체가 고시하는 대로 요금 체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올해 약 5457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다만 설치 지원 중심 정책과 달리 요금 산정 기준과 계약 구조에 대한 관리 장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급속 충전기와 완속 충전기에 대해 일정 기준에 따라 지원 단가를 명확히 정해주면 되는데, 지금은 설치비를 얼마로 산정했는지 누가 검증하는지 불명확한 구조”라며 “이런 식이면 눈먼 돈이 될 수밖에 없고 비용을 부풀리는 문제도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