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못 돌려받던 임차인들 '숨통'...민생재판부, '5주내 첫 재판'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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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보증금 사건 1만건 돌파
전담재판부 4개 구성… 5주 내 변론기일 지정을 목표로
1회 변론기일 종결로 빠른 피해 구제

▲서울중앙지법 (이투데이DB)

임대차 보증금 반환 분쟁이 급증하는 가운데 서울중앙지법에 신설된 ‘민생사건 전담재판부’가 사건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리며 신속한 권리 구제에 나서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소장 송달일로부터 5주 이내에 첫 변론기일을 잡는 방침을 정하는 등 기존 수개월 걸리던 재판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운영에 나섰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2월 생활밀착형 분쟁을 전담하는 ‘민생사건 전담재판부’를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임대차 보증금 반환 소송을 비롯해 소상공인 등의 물품 대금, 면책확인 및 청구이의 사건 등을 집중 처리하기 위한 조치다.

임대차 분쟁은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법원행정처의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임대차보증금 1심 민사본안 사건은 2022년 3720건에서 2024년 1만225건으로 증가했다. 2년 만에 3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영향으로 보증금 반환이 지연되면서 분쟁이 법원으로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거나 자금 사정 악화를 이유로 반환을 미루는 사례가 늘면서 임차인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민생사건 전담재판부는 현재 4개 재판부로 운영되고 있다.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재판부는 전담부 근무를 자원한 판사들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한 부장판사는 소액사건이라도 당사자에게는 중요한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재판 속도는 눈에 띄게 단축되고 있다. 전담재판부의 첫 임대차 소송 선고는 이달 17일 나왔다. 임대차계약 종료 이후 임대인이 자금 사정을 이유로 전세보증금 5000만원 반환을 미루던 사건으로, 소 제기 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임차인 승소 판결이 선고됐다.

같은 날 신규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보증금 반환을 미루던 또 다른 사건 역시 1회 변론기일에서 변론이 종결됐고, 당일 곧바로 임차인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선 전담재판부 출법으로 민생 사건의 처리속도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범진 새솔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임대차 소송이 미뤄지면 6개월도 걸린다”며 “보증금을 못 받은 임차인들이 선고를 기다리면서 굉장히 고통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맡은 임대차 소송 중 가장 빨리 끝낸 기간이 3개월”이라면서 “민생전담부 신설로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전담재판부는 소장 송달일로부터 5주 이내에 첫 변론기일을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시 선고가 가능한 사건은 1회 변론기일에서 판결까지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한 운영 방식도 기존과 차이를 둔다. 전속 조정전담변호사가 따로 없는 일반 민사단독부와 달리 4개 재판부만 전담하는 조정전담변호사 1명이 배치된다. 이 변호사는 법원에 상주하며 변론기일 이후 1주 이내 조정기일을 잡는 방식으로 분쟁 해결을 지원한다.

또 사건 초기 단계에서부터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도 병행된다. 소장을 보고 종국 처리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은 화해권고결정을 적극 활용하고, 석명준비명령 등을 통해 쟁점과 증거를 사전에 정리해 추가 기일을 최소화한다.

이 같은 처리 속도는 일반 민사 재판과 비교하면 크게 단축된 수준이다. 지난해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단독 1심 재판은 선고까지 평균 222.1일이 걸리며, 민사합의부 사건은 평균 437.3일이 소요된다.

학계에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정형근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는 “법원 입장에서도 유사한 유형인 임대차 소송을 전담 재판부가 맡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이라며 “서민들을 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에 대해 신속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법원이 국민에게 더 가까이 서는 전향적인 자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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