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도 못 내는 ‘깡통대출’ 급증…4대 은행 건전성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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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무수익여신 잔액 8467억원…전년비 21%↑
역대 최대 실적에도 긴장…은행권 "건전성 관리 고삐"

원금은 커녕 이자도 못 내는 이른바 '깡통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기업 실적 둔화와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중소기업·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의 원리금 상환 여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진 탓이다. 부실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은행들 건전성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말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은 3조846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조1787억원) 대비 21%나 불었다.

이에 따라 무수익여신이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말 0.19%에서 2024년 말 0.20%로 높아진 데 이어 2025년 말에는 0.25%까지 상승했다. 전체 대출보다 부실 대출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무수익여신은 통상 원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한 대출 가운데 이자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돼 수익 인식을 중단한 여신을 말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를'깡통대출'로 부른다.

배경에는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이 있다. 지난해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59%로 전년 동기(0.50%)보다 0.09%포인트(p)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62%에서 0.72%로 0.10%p 올라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기업 실적 둔화와 내수 부진이 맞물리면서 취약 차주군부터 상환 여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계 사정도 넉넉하지 않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38%로 전년과 같았지만 자영업자 등 취약 부문의 채무상환 능력 저하 우려는 여전하다.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인건비·임차료·원재료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현금흐름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실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은행의 방어막은 얇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4대 은행의 평균 NPL 커버리지비율은 171.7%로 전년 말 204.3%보다 32.6%p 떨어졌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대손충당금 잔액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눈 값으로 부실이 현실화했을 때 이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200% 선이 무너졌다는 것은 그만큼 손실 흡수 여력이 약해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행히 실적은 아직 버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4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8.2% 늘며 역대 최대 수준을 다시 썼다. 순이자마진 축소에도 이자이익은 60조4000억원으로 증가했고, 비이자이익도 외환·파생 관련 이익 확대에 힘입어 7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은행권은 특히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취약 차주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기 회복의 온기가 일부 수출 대기업에 집중되는 동안 내수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회복이 더딘 데다 비용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금리 변동성까지 다시 확대될 경우 한계 차주부터 연체가 빠르게 늘고, 이것이 다시 무수익여신과 고정이하여신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취약 업종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중심으로 이상 징후를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충당금 적립과 부실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며 "당분간은 성장보다 건전성 관리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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