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엘리베이터 회사 쉰들러가 2018년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본안 소송에서 우리 정부가 승소하며 3250억원의 배상책임을 면했다. 이 사건에 대해 '주주 간 사적 분쟁'이라는 우리 정부의 주장이 전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기업 간의 경영권 분쟁을 국가책임으로 전가하려는 시도를 차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법무부에 따르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전날 쉰들러가 중재절차에서 주장한 325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ISDS 본안 심리 단계에서 전부 승소를 거둔 건 중국투자자가 제기한 ISDS 사건 이후 두 번째다.
쉰들러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투자 협정에 근거해 2018년 10월 ISDS를 제기했다. 쉰들러 측은 최초 청구액으로 약 4900억원, 최종 심리 단계에서 약 3250억원을 대한민국에 청구했다.
쉰들러는 공정거래위원회ㆍ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 등이 규제 및 조사 권한을 충실히 행사하지 않아 쉰들러가 투자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큰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쉰들러 측은 우리 정부가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비호했다고 주장했다. 우선, 현대엘리베이터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하고 불필요한 유상증자를 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 금융위, 금감원에 제기한 수차례의 민원・신고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적절한 조사 등을 하지 않아 투자 협정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가 현대그룹 회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경영권을 보호하고, 외국 투자자인 쉰들러를 고의로 차별 대우했다고도 봤다.
이에 우리 정부는 '주주 간 경영권 분쟁'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정부는 공정위·금융위·금감원의 각 조치가 국내 법령과 관행을 엄격히 준수하여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금감원의 HE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심사와 공정위의 콜옵션 양도에 대한 조사 역시 적법하게 수행되었음을 입증해 냈다.
또, 정부는 투자 협정상 ‘충분한 보호 및 안전(FPS)’ 의무 위반은 국제법상 ‘물리적 보호’를 의미하는 것일 뿐 쉰들러 주장과 달리 ‘법적 보호’를 포함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우리 정부는 쉰들러 측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쉰들러는 이미 충분한 법적 구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쉰들러는 2023년 3월 대법원에서 현대그룹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승소했다. 이후 같은 해 4월 배상금과 이자로 2815억원을 받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판정부는 우리 정부가 현대그룹 측을 부당하게 비호하거나 악의를 품고 규제 권한을 남용했다는 쉰들러 측 주장에 대해, ‘어떠한 객관적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배척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판정부는) 쉰들러가 이미 한국의 사법체제 내에서 주주대표소송 등을 통해 충분한 법적 보호를 받았으므로, 한국 정부가 투자자 보호 의무를 이행했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승소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로 구성된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이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