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고유가에 ‘민생 추경’ 속도전…10조~20조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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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 세수 활용 검토…정유사 손실 보전·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포함될 듯

▲8일 서울 최저가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정부가 중동 전쟁과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속도전에 돌입했다. 정치권과 민간에서는 이번 추경 규모가 10조~20조 원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관가에 따르면 중동 전쟁이 이번 추경 추진의 주요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석유 가격이 생활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빠르게 상승하면서 추경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정부 안팎에서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당국은 최근 상황이 국가재정법 제89조가 규정한 추경 편성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해당 조항은 경기 침체나 대량 실업, 남북 관계 변화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 추경안은 유가 상승 충격을 완화하고 서민·소상공인·농어민 중심의 민생 안정 지원에 초점을 맞춰질 전망이다.

우선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정유사가 입은 손실을 보전할 재원을 추경에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할 수 있는 최대 가격을 정하고 정부 재정으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최고가격은 장기간 고정하지 않고 2주마다 조정하도록 설계돼 손실 규모를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다. 다만 국제 유가 흐름에 따라 손실 보전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어 적정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정부는 자영업자와 농민 등 에너지 취약계층에 에너지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물류 업계를 지원하고 국제 정세 변동에 취약한 수출기업을 돕는 대책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경기 둔화 시 타격이 큰 소상공인과 비수도권 지역을 고려한 지원책도 검토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직접 지원이 필요하며 현금보다는 지역 화폐 형태로 지급할 경우 지역 상권 매출로 이어지는 이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를 활용해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반도체 호황 등으로 법인세가 많이 걷힐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추경 규모는 10조~20조 원 수준이 거론된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추경 규모가 10조~20조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으로 법인세가 약 5조3000억 원 추가로 걷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인세와 증권거래 증가 등을 고려하면 초과 세수가 최소 10조 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최대한 신속하게 편성해달라”고 주문하면서 정부도 추경안 편성 속도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는 다음날 관계 부처 회의를 열고 추경 편성에 공식 착수했다. 기획처는 각 부처의 예산 요구서를 취합하는 대로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추경안을 마련하고 이후 국무회의 심의를 거칠 계획이다.

일각에선 주요 기업의 법인세 신고·납부 시한인 3월 말 이전에 추경안을 내놓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세수 예측에 시간을 쓰기보다는 급변하는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는 데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임기근 기획처 장관 직무대행 차관은 추경안 제출 시점에 관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지금은 휴일을 반납하고 주말에도 사업을 발굴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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